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해서일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설기현(30·풀럼·사진)의 심경은 복잡했다. “다시 도약할 자신은 있다”고 했지만 얼굴에는 불안의 그늘이 가득했다.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후원사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특별 이벤트에 참석한 그를 만났다.
설기현은 시즌이 시작된 뒤 팀이 치른 23경기 중 5경기만 뛰었다. 그것도 9월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칼링컵에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했을 뿐 나머지는 중간에 교체되거나 교체 투입됐다. 일부에선 로이 호지슨 감독과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설도 나온다.
“감독에 대한 불만은 없어요. 요즘 팀이 잘나가잖아요. 감독의 능력은 성적이니까요.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감독과의 관계는 나쁘지 않아요. 내가 좋다면 언제든 뛰게 할 거예요.”
풀럼은 2일 현재 5승 4무 5패(승점 19점)로 20팀 중 10위를 달리고 있다. 호지슨 감독은 최근 재계약에 성공했다.
설기현은 “경험상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감각이 떨어진다. 그래서 꼭 뛰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일부에선 이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는 “내년 1월에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다”며 이적을 희망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도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풀럼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해 경기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전 선수 부상도 있고 경기가 많이 있는 복싱데이(12월 26일)도 있어 조만간 출전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설기현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출전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했다. “월드컵은 모든 선수에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꼭 제가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필요한 선수라면 허정무 감독님이 부르시겠죠.”
하지만 그는 “솔직히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때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년 월드컵에서도 잘할 자신이 있다”며 “소속팀 경기에 뛰지 못한다는 이유 하나로 월드컵 본선에 못갈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은 안타깝다”고 여운을 남겼다.
설기현은 현역 한국 선수 중 가장 먼저 유럽에 진출해 10년째 뛰고 있다. 2000년 벨기에 안트베르펜(영어명 앤트워프)에서 시작해 2004년 잉글랜드 2부 울버햄프턴, 2006년 프리미어리그 레딩, 2009년 풀럼 등 하위 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까지 차근차근 꿈을 이뤘다. 이번 위기도 어쩌면 그가 넘어야 할 장애물 중 하나일 뿐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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