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와 성남 일화의 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6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앞두고 전북 담당 윤태석 기자와 성남
담당 남장현 기자가 토크배틀을 벌였다. 챔프 1차전 결과에 대해 두 기자는 2만원 내기를 걸었다. 남 기자도 전북이 이길 거라
봤는지 처음에는 내기를 거부했지만 비겨도 이긴 것으로 해주겠다는 윤 기자의 제안을 결국 수락했다. 1차전이 0-0으로 끝나면서
결과는 남 기자의 승.
○초보에 대한 논쟁
윤태석 기자(이하 윤) : 선배 돈 2만원 가져가니까 좋냐?
남장현 기자(이하 남) : 쩨쩨하게 왜 이러세요. 내기는 선배가 먼저 하자고 했어요. 최강희 감독은 1차전에서 승부를 걸겠다더니 큰 일 났네.
윤 : 담당기자도 감독 닮아가나? 참 말 많네. 원정 1차전 무승부면 결코 나쁜 결과가 아니야. 왜들 마치 전북이 진 것처럼 난리지? 여전히 유리한 건 전북이라고.
남 : 생각대로 CF 보셨어요? 모든 게 신 감독의 의도대로 움직이네요. 전북 1군은 성남 1.5군과 상대하고도 무승부라니. 역시 성남이 명가긴 명가네.
윤 : 성남은 감독도 초보, 기자도 초보구만. 최 감독은 이렇게 말하더라. 결승전은 대학팀과 붙어도 결코 쉽지 않다고. 관록이 묻어나지 않니?
남 : 자꾸 초보 초보 하는데 최 감독은 초보 사령탑 때 성적이 어땠어요?
윤 : 엇. 그건….(잠시 침묵) 근데 지금 성적 이야기를 하는 거야? 최 감독은 아시아를 제패한 사령탑이야.
남 : 또 그 이야기에요? 벌써 3년이 지났어요. 포항이 이번에 우승하면서 전북은 잊혀진 팀이예요. 근데 올해 포항을 누른 게 누구더라?
○와신상담
윤 : 이동국과 김상식이 2차전에서는 일을 낼 거다. 김상식은 몰리나를 꽁꽁 묶고 이동국은 결승골로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할거야.
남 : 1차전 다음날 우리 신문 1면 봤어요? 이동국 무릎 꿇는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던데. 이동국의 피날레 골은 종료직전 만회골이 될 것 같은데요.
윤 : 네 말은 성남이 전주에서 2골을 넣을 수 있다는 거냐? 도대체 누가? 성남은 챔피언십 4경기에서 고작 3골 넣었어.
남 : 지금까지와는 다르죠. 신 감독이 주력선수 다 빠진 1차전에서 맞불 놓는 거 보셨잖아요. 그리고 김상식이 몰리나를 막아? 김상식이 성남에서 왜 쫓겨났는지 잊었어요?
윤 : 김상식은 지금이 제2의 전성기거든. 올 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를 다 뛰었어. 그나저나 이호는 복귀해도 파트너가 없어서 어쩌나. 김정우와 함께 있던 이호와 혼자 있는 이호는 다를걸?
남 : 이호 짝이 김정우 뿐인가요? 1차전 눈 감고 보셨어요? 전광진과 김철호의 플레이는 기대 이상이었답니다.
윤 : 기대 이상은 무슨. 아쉬워서 쓰는 거지뭐.
○외국인 선수 대결
남 : 1차전 브라질리아 선발은 패착 아니었어요?
윤 : 제대로 알고나 말해라. 에닝요가 부상당하고 정상 훈련한 게 2주밖에 안됐어. 2차전을 위해 아껴둔 거야.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42골 31도움을 합작한 판타스틱4 위력을 기대하라구. 최태욱이 4월 성남 홈경기에서 해트트릭, 에닝요은 정규리그 성남전 2경기 연속 골 넣은 거 알지?
남 : 에닝요 2골은 다 PK였거든요. 몰리나도 챔피언십 들어 2골이에요. 정규리그에서도 12경기 출전해 8골 3도움이죠. 경기 당 공격포인트로 따지면 판타스틱4 못지않아요.
윤 : 라돈치치는 2차전에 나와? 라돈치치가 수비를 너무 안 해서 미드필더들이 힘들어 죽겠다던데. 1년 내내 이야기해도 안 들어먹는다고 불만이 많더라.
남 : 누가 그래요? 포항전 때 새로운 용병 센터백 등장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수비에 가담했어요.
○과연 매직인가
윤 : 신 감독의 말은 이해가 안 가. 1차전 때 벤치로 갔더니 경기가 한 눈에 안 들어온다고 했지? 그럼 지난 1년 동안 도대체 뭘 한 거야?
남 : 어디까지나 시야의 차이점을 말한 것뿐이죠. 위기를 기회로 삼는 신 감독의 탁월함에 저는 놀랐답니다.
윤 : 2차전 때도 올라가겠네?
남 : 코칭스태프 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있어야만 무전기 매직은 탄생되는 거랍니다. 맨유의 퍼거슨도 자주 코치를 올려 보내거든요.
윤 : 감독 퇴장은 지시를 하지 말라는 페널티를 주는 거야. 근데 관중석에서 보면서 지시를 해대니 제재의 의미가 없지.
남 : 감독들이 무전기로 지시하는 게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그런 규정이 있는지 확인은 해 보셨어요?
윤 : 규정 이야기가 아니야. 대단치도 않은 걸 가지고 ‘매직’ ‘매직’ 외쳐대는 게 어이없어서 그래.
○명가재건 vs 첫 우승
남 : 성남의 목표는 V8입니다. 전북은 유니폼 가슴에 별도 하나 없죠?
윤 : 역사는 돌고 도는 거야. 15년 만에 첫 우승이라.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남 : 성남은 창단 4년 만인 89년에 우승했던데. 그리고 3연패를 두 번이나 차지했죠.
윤 : 내가 작년에 수원 담당으로 우승한 거 알지? 결승전 끝나고 펄펄 내리는 눈에 수원 선수단과 스태프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걸 보니 뭉클하더라. 이런 기분 느껴본 적 있어?
남 : 그랬던 수원이 올해 몇 위 했죠? 그리고 저도 포항 담당으로 올 시즌 두 번 우승했답니다. 고작 리그 우승 한 번 가지고 명함 내미는 거예요?
○마무리
윤 : 올 시즌 우리의 토크배틀도 이제 끝이네. 너의 시건방진 말대답 안 들어도 되니 속이 후련하다.
남 : 선배의 어처구니없는 독설에 우리 담당 구단 직원들이 혀를 내둘러요. 내년에 담당 바뀌면 몸조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