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수비덕에 성적 좋을 뿐… 이제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5일 03시 00분


■ 삼성화재 라이트 용병 ‘코트의 터빈’ 가빈

남자 배구 네트의 높이는 243cm. 키 207cm의 삼성화재 가빈이 긴 팔을 위로 쭉 뻗으면 선 채로도 가로막기가 가능할 정도다. 그의 공격 타점은 350cm가 넘어 웬만한 블로킹으로는 알고도 막기 힘들다. 용인=박영대 기자
남자 배구 네트의 높이는 243cm. 키 207cm의 삼성화재 가빈이 긴 팔을 위로 쭉 뻗으면 선 채로도 가로막기가 가능할 정도다. 그의 공격 타점은 350cm가 넘어 웬만한 블로킹으로는 알고도 막기 힘들다. 용인=박영대 기자
《삼성화재는 올 시즌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2년 연속 득점왕이자 팀의 2연패를 이끈 안젤코 추크가 떠났기 때문이다. 새 외국인 선수 가빈 슈미트(23)는 안젤코에 비해 많이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걱정이 감탄으로 바뀌는 데는 한 경기로 충분했다. 가빈은 라이벌 현대캐피탈과의 개막전에서 혼자 43점을 올렸다. 우리캐피탈전에서는 역대 23번째 트리플 크라운(후위, 서브, 블로킹 각 3득점 이상)의 주인공이 됐다. 삼성화재는 선두(8승 1패)를 달리고 있다. 3일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가빈을 만났다.》
세트평균 8.8득점 역대 최다
안젤코 빈자리 걱정 싹~

농구하다 고3때 배구전향
너무 재밌어 직업으로 선택

“한국이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많이 뛰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개인 성적이 이 정도까지 될 줄은 몰랐죠.”

가빈은 4일 현재 9경기(30세트)에서 264점을 얻었다. 득점 2위 박철우(현대캐피탈·34세트)보다 77점이나 많다. 세트 평균 8.8득점으로 역대 최고다. 최고 용병으로 통했던 안젤코는 지난 시즌 세트 평균 7.56득점. 가빈은 공격종합, 오픈, 퀵오픈, 시간차, 후위 공격에서도 2위다. 팀 공격의 절반은 그의 몫이다. 공격 점유율이 리그에서 유일하게 40%(48.26%)를 넘는다. 배구를 시작한 지 5년밖에 안 된 그다.

“아홉 살 때부터 농구를 하다 고교 3학년(2004년) 때 배구공을 잡았어요. 어머니가 여러 종목을 해보라고 권유했죠. 프로 선수가 될 생각은 없었는데 막상 배구를 해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직업으로 할 만하다는 생각에 큰 모험(Big Challenge)을 하기로 했죠.”

그는 한국과 2007년 12월 인연을 맺었다. 상대는 현대캐피탈이었다. 한국에서 3주 동안 테스트를 받고 훈련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1월 짐을 쌌다. 가빈은 이후 그리스와 프랑스 리그에서 뛰며 경험을 쌓았다.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외국에서 보냈어요. 프로에서 뛸 첫 기회였는데 계약을 못해서 실망했어요.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레프트가 필요했고 난 라이트였습니다. 리시브 등 수비도 약했고요.”

가빈은 요즘 기분이 좋다. 최근 교체 용병으로 KEPCO45에 합류한 조엘 슈뮤랜드가 캐나다 대표팀에서 함께 뛴 친구이기 때문이다.

가빈 슈미트가 상대 블로킹 위에서 강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타점이 높은 그의 공격 성공률은 50%를 넘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가빈 슈미트가 상대 블로킹 위에서 강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타점이 높은 그의 공격 성공률은 50%를 넘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얼마 전 휴일에 조엘을 만났어요. 함께 영화 ‘닌자 어쌔신’도 봤어요. 팀에서는 최태웅과 친해요. 영어도 잘하고 공도 잘 띄워 줍니다.”

최태웅은 리그 최고의 세터다. 삼성화재가 부동의 강팀인 데는 그의 공이 크다. 가빈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한국 배구는 유럽과 스타일이 달라요. 높이와 힘만으로는 통하지 않죠. 저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우리 팀이 수비가 튼튼하고 세터가 좋아서 덕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훈련을 지켜보던 신치용 감독이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빈은 순수합니다. 외국인 선수라고 튀지 않고 궂은일도 마다않는 ‘한국형 용병’이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도 아주 적극적입니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에도 대어를 낚았다. 대어는 지금도 자라고 있다.

용인=이승건 기자 why@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동아일보 이승건 기자

:가빈 슈미트는?:


△생년월일: 1986년 1월 27일 △체격: 키 207cm, 몸무게 99.5kg △포지션: 라이트 공격수 △가족: 어머니와 남동생 △취미: 영화 감상, 그림 그리기 △경력: 현 캐나다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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