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생명에 입단한 킴벌리 로벌슨이 양손에 농구공을 잡은 채 활짝 웃고 있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그는 “팀 우승에 기여한 후 국가대표가 될 만한 실력을 인정받는다면 귀화해 태극 마크를 달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이종석 기자
지난달 30일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과 신세계의 경기가 열린 용인체육관. 코트에서 뛰는 10명의 선수 중 유독 한 선수의 농구화가 도드라져 보였다. 다른 선수의 농구화는 모두 흰색이었지만 그만 검정색 농구화였다.
경기가 끝난 뒤 이유를 물었다. “어릴 때부터 첫인상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옷이든 운동화든 때가 묻는 걸 싫어하다 보니 검정색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유니폼이야 팀이 정하는 것이라 어쩔 수 없지만 운동화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색깔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그는 양말까지 검정색을 신는다.
올 시즌부터 국내 여자프로농구에서 뛰고 있는 한국계 혼혈 선수 킴벌리 로벌슨(23·삼성생명). 구단과 팬에게 자신은 어떤 첫인상을 남겼다고 생각할까. 킴벌리는 “몸 상태가 아직 정상의 80% 수준이어서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다”면서도 “앞으로 점점 나아질 테니 두고 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기대한 만큼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다는 얘기다.
그는 어릴 때부터 못하는 운동이 없었다. 중학교 때는 농구는 물론 축구도 학교 대표로 뛰었다. 하지만 “최고가 되려면 한가지만 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농구를 선택했다. 고교 3학년이던 2005년에는 미국의 AP통신이 뽑은 인디애나 주 베스트5에 들 만큼 유망주로 인정받았다. 그가 “컨디션을 회복하면 보여줄 게 많다”고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신한은행의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막기 위해 올 시즌 전력 보강이 필요했다. 로벌슨의 자질을 눈여겨 본 삼성생명은 그가 5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영입했다. 4일 현재 그의 성적표는 12경기에서 평균 9.83득점과 5.08리바운드. 아직은 상대 팀이 위협을 느낄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이유가 있다. 그는 시즌 개막 전 연습을 하다 무릎을 다쳤다. 지난달 22일 신한은행 전에서는 발목 부상까지 겹쳤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준 셈이다. 탄탄한 체격으로 골밑을 파고드는 개인 돌파력은 이미 합격점을 받았다.
로벌슨은 “미국과 스타일이 다른 한국 농구에 빨리 적응하는 것도 부상 회복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은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일대일 골밑 플레이를 주로 한다. 반면 한국은 외곽슛이 많아 스크린플레이가 중요하기 때문에 많이 움직여야 한다.
팀 선배 박정은(32)은 “로벌슨은 팀에 필요한 게 뭔지를 빨리 알아차리는 영리한 선수다. 경기에서 지면 분을 참지 못할 정도로 승부욕도 강해 빨리 적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벌슨은 “농구야 어디서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머니의 나라에서 뛴다는 건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한국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귀화 선수는 아니다. 실력을 인정받은 뒤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 정도가 되면 그때 귀화를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용인=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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