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열린 일본 도쿄 요요기 제1경기장. 6명의 선수 중 마지막으로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가 등장했다. 일본이었지만 관중석에서는 “힘내라” 등 함성이 쏟아졌다. 김연아는 경기를 앞두고 빙판을 돌며 몸을 풀었다. 쇼트프로그램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점검했다. 힘차게 뛰어올랐지만 착지하다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크게 찧었다. 김연아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 쇼트프로그램 올 시즌 첫 2위
김연아는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감점을 당했다. 트리플 플립 점프는 제대로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65.64점으로 일본의 안도 미키(66.20점)에 이어 2위에 그쳤다. 11월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자신이 세웠던 역대 최고점(76.28점)에 10.64점이나 모자란 성적이다. 올 시즌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놓친 것도 처음이다. 지난 시즌 4대륙 선수권대회부터 이어온 70점대 유지도 실패했다.
이날 김연아는 콤비네이션 점프를 비교적 잘 소화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트리플 토루프가 더블 토루프로 다운그레이드되면서 기본 점수(10.00점)에서 2.70점이나 깎였다. 결국 심판들은 내려간 기본 점수 7.30점에 1.60점 가산점을 줬다. 이어 두 번째 과제인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는 타이밍을 놓치며 뛰지 못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더블 악셀 점프에서 가산점 1.40점을 받고, 스파이럴 시퀀스에서 레벨 4로 5.20점을 받는 등 나머지 과제들은 무난히 소화했다.
○ 3개 대회 연이어 트리플 플립 발목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기본점(5.50점)만 챙겼어도 70점은 무난하게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0.20점을 받는 데 그쳤다. 그는 그랑프리 5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플립 점프를 시도하려다 타이밍을 놓쳐 뛰지 못했다. 10월 열린 그랑프리 1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도 빙판 상태가 좋지 않아 플립 점프를 건너뛰었다.
김연아는 이날 오전에 열린 공식훈련에서 플립 점프 타이밍을 맞추는 연습에 초점을 맞췄다. 자신의 차례에서 플립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타이밍을 맞추었다기보다 의식적으로 맞추는 듯한 모습이었다.
김연아는 5일 오후 7시 30분부터 열리는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남겨뒀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플립 점프가 있다. 안도와는 0.56점 차. 김연아가 플립 점프 난조를 극복하고 모든 과제를 성공한다면 얼마든지 역전 우승은 가능하다.
도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트리플 토루프 다운그레이드 전혀 예상못했다”▼ 김연아 “연기전 넘어져 당황”
“다운그레이드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쇼트프로그램 2위에 그친 김연아의 표정은 어두웠다.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그는 자신의 점수가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첫 과제인 콤비네이션 점프에서의 다운그레이드에 대해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트리플 플립 실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괜찮다고 생각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숙소에 가서 다시 점검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9명의 심판은 누구도 감점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4명의 심판은 2점의 가산점을 줬다. 하지만 기술의 완수 여부를 판단하는 스페셜리스트가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내렸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잘못된 판정 같다고 했다.
김연아는 연기 전 몸을 풀 때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크게 넘어진 것에 대해 “거의 없었던 일이어서 당황스러웠다. 몸이 순간적으로 굳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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