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핸드볼대표팀 이재영 감독은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중국으로 출국하기 하루 전 이렇게 말했다. 기존 대표팀의 얼굴 격이었던 오성옥(37) 홍정호(35) 허순영(34)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이 대거 빠지면서 생긴 부담을 빗댄 말이었다. 그는 “세대교체 과정에서 키가 큰 선수들이 많이 빠진 것도 걱정”이라며 “그래도 올림픽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세대교체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성장통’을 거칠 거란 예상과 달리 이 감독의 실험은 현재까진 성공적이다. 한국 대표팀은 7일 창저우에서 열린 1차 예선 3번째 경기에서 홈팀 중국을 33-25로 대파하며 3연승을 달렸다.
한국보다 전력이 아래인 팀들을 상대로 한 승리지만 내용 면에서 ‘원조 우생순’에 뒤지지 않는다. 김온아(21) 장은주(20) 등 젊은 선수에 정지해(24) 유현지(25) 등이 가세한 현 대표팀은 체력적인 면에서 진화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 감독은 “그동안 체격이 좋은 유럽 선수들과 만나면 항상 후반에 힘이 부치는 단점이 드러났다”며 “이번 대표팀은 선수 선발부터 훈련 방식까지 체력적인 면에 비중을 많이 뒀다”고 밝혔다.
예전부터 한국의 주무기였던 스피드를 극대화한 것도 눈에 띈다.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은 “이번 대표팀은 공격이 한 선수에게 집중되지 않고 고르게 분포된 게 특징”이라며 “중앙과 좌우를 가리지 않고 폭발적인 스피드로 공격을 이끌 수 있는 선수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정규오 대한핸드볼협회 사무국장은 “높이의 열세에서 오는 수비 문제를 빠른 몸놀림으로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김운학 코치는 “훈련 땐 편한 분위기에서 선수들끼리 대화를 많이 하도록 유도하고, 훈련이 끝나면 취미생활 등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면서 “선수단 분위기도 좋아 이번엔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해볼 만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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