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 추첨을 마친 뒤 전력 보강에 나서야 할 B조 감독들의 기상도가 엇갈리고 있다. 허정무 한국 감독과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은 여유 있게 월드컵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반면 샤이부 아모두 나이지리아 감독과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은 ‘사령탑 지키기’라는 앞가림에 바쁜 형국이다.》
○ 한국 허정무, 적극 지원 속 16강 프로젝트 가동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 허정무 감독은 10일 남아공 전지훈련 멤버를 발표하는 등 일찌감치 ‘16강 진출 프로젝트’를 가동할 예정이다. 해발 1700m 고지인 요하네스버그에서 고지 적응 능력을 키워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월드컵은 허 감독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1998년부터 2000년 말까지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그해 아시안컵 3위를 해 불명예스럽게 밀려난 아픔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허 감독은 한번 물면 놓치지 않는 ‘진돗개’ 이미지를 탈피해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조련하면서 27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는 등 ‘태극호’를 잘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그리스 레하겔, 오토대제 별명 팬들 전폭적 지지
2001년 취임해 유로2004(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오토 레하겔 감독은 그리스인들에게 ‘오토대제’로 통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유로2008 조별리그 탈락 등 부진했지만 여전히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26년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명성을 쌓은 레하겔 감독은 강한 체력과 큰 체격을 앞세운 철옹성 수비에 이은 역습, 전통적인 독일 축구처럼 타점 높은 세트 플레이를 중시한다. 철저한 선수 관리로 악명이 높지만 ‘저 감독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는 동기 부여 능력이 뛰어나 선수들의 신임도 두텁다.
○ 아르헨 마라도나, 언론들 마라도나 체제 비판적
‘축구 신동’이란 찬사를 받으며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고국에 월드컵을 안겼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은 지도자로선 이렇다 할 신뢰를 주지 못했다. 남미 예선 마지막 7경기에서 50명이 넘는 선수를 선발하면서 4위로 월드컵 본선에 턱걸이했다. 당시 마라도나 감독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에 욕설을 퍼부어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2개월 자격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조 추첨이 끝난 뒤 아르헨티나 일부 언론은 ‘마라도나 감독 체제를 고수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카를로스 빌라르도 기술고문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가능하면 현 체제를 유지할 뜻을 밝혔지만 언론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 마라도나 감독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 나이지리아 아모두, 네이션스컵 4강이 시험대
‘디스 데이’와 ‘올아프리카닷컴’ 등 아프리카 언론들은 8일 나이지리아 축구협회장 직속의 감독 선임 태스크포스팀이 샤이부 아모두 감독에게 내년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4강 이상 성적을 거둬야 남아공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전 세 차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모두 외국인에 의지했던 나이지리아는 사상 처음으로 자국 출신 아모두 감독이 본선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그의 지도력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아모두 감독은 이전에 세 번이나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지만 임시직 아니면 땜질용이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