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프로야구의 대미를 장식한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과거 어느 때보다 신선한 기운을 듬뿍 뿜어내며 새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올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무려 5명이 생애 처음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또 히어로즈는 창단 후 첫 수상자를 배출하는 기쁨을 누렸고, SK도 창단 후 처음 통산 2회 수상자(2루수 정근우)를 내는 의미있는 소득을 올렸다. 2009년 골든글러브를 빛낸 영광의 얼굴들과 그 속에 투영된 한국프로야구의 앞날을 조명해본다.
○복귀 해외파 첫 수상자 최희섭과 뉴 페이스
KIA 용병 에이스 로페즈와 포수 김상훈, ‘CK포’의 두 주역인 1루수 최희섭과 3루수 김상현은 모두 첫 수상의 감격을 맛봤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임에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차점자와의 간격은 꽤 컸다. 이처럼 KIA는 올해 황금장갑 10개 중 중 4개를 차지하며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통산 V10의 여운을 골든글러브까지 연장했다. 특히 최희섭은 국내로 유턴한 해외파 가운데 최초로 황금장갑을 꿰차는 영광을 차지했다. LG를 대표하는 간판스타 박용택도 2002년 데뷔 후 장장 8시즌 만에 처음 골든글러브(외야수)를 차지해 감격을 더했다. 이처럼 올해 골든글러브는 5명의 새 얼굴들에게 돌아가 유례없는 물갈이 양상을 보였다.
○삼성의 몰락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단 한 명의 수상자도 내지 못했다. 여전히 통산 57회로 가장 많은 골든글러브 수상횟수를 자랑하지만 이대로라면 추월은 시간문제. 지난해까지 51회였던 KIA가 올해 4명의 수상자를 추가해 삼성을 바짝 뒤쫓게 됐다. 이날 시상식 현장을 지켜본 일부 야구인들은 삼성의 몰락에 대해 ‘2002년 한국시리즈 첫 제패와 2005∼2006년 2연패로 우승 갈증을 해소한 뒤로는 좌표를 잃은 듯한 삼성의 현주소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 아니겠느냐’는 의미심장한 반응을 보였다.
삼성과 달리 히어로즈는 외야수 이택근의 수상으로 지난해 창단 후 처음 골든글러브와 인연을 맺었다. 열악한 구단 재정과 팬들의 관심 저조로 지난 2년간 많은 눈물을 흘린 히어로즈이지만 적어도 골든글러브에서는 삼성보다 뛰어났다. ○김현수, 한국프로야구의 미래로!
두산 김현수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올해는 특히 323표로 최다득표를 기록했다. 1루수 부문에서 7년 연속(1997∼2003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삼성 이승엽(현 요미우리)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올해 결과는 김현수가 향후 한국프로야구를 짊어지고 나갈 간판타자임을 예고했다고 볼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