샅바를 잡은 손은 어색했다. 하지만 어깨를 맞댄 채 날쌘 앞무릎치기와 강력한 들배지기로 상대를 모래판에 누이는 모습은 토종 장사와 다를 바 없었다.
9일부터 13일까지 경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천하장사 씨름 대축제에는 스페인 선수 1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루차카나리아 선수들. 루차카나리아는 모래판에서 하는 스페인 전통 경기로 한국의 씨름과 기술이 닮았다. 샅바 대신 왼손은 상대의 반바지를 잡고 오른손은 상체를 틀어쥔 상태에서 겨루고, 손을 사용하기가 자유로워 선수들의 움직임이 씨름보다 빠르다.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 선수 4명이 32강에 올랐다. 그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한 엘리에세르 구티에레스 페레스(25·사진)는 “루차카나리아에는 300여 가지 기술이 있다”며 “내년에 다시 참가해 반드시 장사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이승삼 대한씨름협회 전무이사는 “스페인 선수들은 하체 힘이 좋고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다. 조금만 훈련하면 충분히 우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프로 씨름리그 창설을 준비 중인 대한씨름협회는 흥행을 위해 외국선수 영입도 적극 검토 중이다. 올해 1억 원인 천하장사 상금을 3억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파란 눈의 외국인이 한국 선수와 천하장사를 놓고 겨루는 모습을 보는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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