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 한국은 등산이 큰 인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선수들이 장벽은 얼마나 잘 오를지 궁금하다. 2010년 6월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한국이 첫 상대인 그리스를 꺾기 위해선 ‘오토의 벽’을 넘어야 한다. 오토의 벽은 독일 출신 오토 레하겔 감독(사진)이 구축한 그리스 축구의 수비 라인이다.》 ‘오토의 벽’ 쌓고 독수리처럼 기습
‘독일의 히딩크’ 레하겔 9년 조련 강철 체력 무기로 ‘先수비 後역습’ 수비벽 핵심은 노장 카라구니스 한국, 그리스 잡아야 16강 희망
○ 수비작전으로 유로 2004 우승
2001년 그리스 대표팀을 맡은 레하겔 감독은 팀 색깔을 180도 바꿨다. 선수들이 열정의 불꽃을 피우게 만들었다. 올해로 71세인 레하겔 감독은 실용주의 축구의 대가다. 수비수 출신인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베르더 브레멘과 카이저슬라우테른을 정상에 여러 차례 올려놓았다.
레하겔 감독은 ‘독일의 거스 히딩크’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서 명예 시민증을 받았듯 레하겔도 그리스에서 명예 시민증을 받았다. 레하겔 감독은 선수를 직접 선발해 엄격한 규율을 통해 자신의 전사로 만든다. 차이가 있다면 히딩크는 공격지향적인 반면 레하겔은 수비 후 역습을 강조한다. 그가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때 그리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1위였다. 데뷔 경기에서 핀란드에 1-5로 대패했다. 하지만 3년 뒤 그리스는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04에서 프랑스와 체코, 포르투갈을 연파하며 정상에 올랐다.
레하겔은 튼튼한 수비벽을 쌓았다. 쉼 없이 달리는 지치지 않는 체력, 그리고 결코 골을 허용치 않으려는 집단 정신력은 엄청나다. 오토의 벽은 요즘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다. 레하겔은 벽을 다시 쌓을 필요를 느꼈고 생생한 젊은 피를 수혈했다. 그리스가 우크라이나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 합계 1-0으로 따돌리고 본선 티켓을 획득한 것은 팀 재건에 성공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 오토의 벽 3인방
디미트리스 살피기디스(파나티나이코스)는 ‘레하겔 전사’의 전형이다. 그는 끊임없이 달린다. ‘산소탱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연상시킨다. 외국 리그에서 뛴 적이 한 번도 없고 A매치 33경기 중 3골밖에 못 넣었지만 그는 팀의 중심이다. 테오파니스 게카스(포츠머스)란 특급 스트라이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10경기에서 10골을 넣었다. 29세인 요즘 전성기를 맞을 정도로 서서히 진화하는 선수다. 또 다른 병기는 기오르고스 카라구니스. 유로 2004의 주역으로 미드필드를 지휘한다. 32세의 노장으로 A매치 90경기를 뛰었고 프리킥으로 골을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레하겔이 구축한 수비벽의 핵심이다.
그리스는 일단 골을 넣으면 큰 장벽이 하프라인을 가로지른다. 이 벽을 넘기 위해선 박지성 같은 강철 체력과 집요함, 그리고 박주영(AS 모나코) 같은 빠른 페이스가 필요하다. FIFA 랭킹 12위 그리스를 넘기 위해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보여준 거침없는 ‘붉은 정신’이 필요하다.
한국은 B조에서 그리스를 상대로 1승을 챙겨야 한다. FIFA 랭킹에서 40계단이나 되는 차이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 상대 전적에서 한국이 1승 1무로 앞선 것도 큰 의미가 없다. 한국은 그리스를 잡아야만 16강 그림을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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