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히어로즈 선수장사로 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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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간판타자 이택근 LG에 사실상 현금트레이드 합의
투수 이현승도 현금대상說… KBO “승인 검토안해”


히어로즈 외야수 이택근.
히어로즈 외야수 이택근.
1991년 창단한 쌍방울은 하위권을 맴돌다 1996년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1997년에도 3위에 올랐다. 하지만 모기업은 외환위기 한파를 이겨내지 못했다. 1997년 시즌을 마친 뒤 박경완을 9억 원에 팔아넘겼고 1998년 7월 조규제를 6억 원에 넘겼다. 이후 김기태, 김현욱, 마일영도 팔았다. 쌍방울은 1999년 0.224라는 역대 두 번째 최저 승률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뒤 사라졌다.

히어로즈가 쌍방울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히어로즈는 18일 LG에 외야수 이택근을 내주고 포수 박영복과 외야수 강병우에 현금 25억 원을 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한 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승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택근은 올 시즌 타율 0.311에 15홈런, 66타점, 43도루를 기록하며 팀에서 유일하게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LG는 박용택 이진영 이대형 등 기존 외야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괜찮은 투수를 얻기 위한 또 다른 트레이드 카드로 이택근을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히어로즈는 지난해 삼성으로부터 투수 박성훈과 현금 30억 원을 받고 에이스 장원삼을 내주려 했지만 KBO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창단한 히어로즈는 5년 동안 구단을 매각할 수 없고 선수 트레이드는 KBO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장석 사장은 “선수를 팔아 구단을 연명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구계에서는 “히어로즈가 지난해 장원삼을 내주는 대가로 삼성에서 받은 30억 원을 돌려주지 않았다”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투수 이현승까지 트레이드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히어로즈의 승인 요청에 대해 KBO는 현재로서는 검토할 사안 자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KBO 관계자는 “히어로즈가 12월 31일까지 내기로 한 가입금 36억 원을 받지 못했다. 일단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트레이드 승인은 나중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전·현직 프로야구 출신 야구인 모임인 일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히어로즈가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특급 선수들을 비상식적으로 트레이드하는 것을 방치한다면 자칫 프로야구가 공멸할 수 있는 큰 위기를 자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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