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최강희(50) 감독의 표정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막상 K리그 우승을 차지한 날은 흥분돼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시상식에 와서 K리그 감독상을 받은 순간에야 비로소 “실감이 난다”고 했다.
선수시절 늦깎이 대표팀 발탁, 은퇴 후 오랜 코치 생활,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먼 지방구단에서 시작한 감독생활. 화려함보다는 털털함과 소박함에 늘 가까웠던 그는 영광을 품에 안기보다 주변에 나누는 것에 더 익숙해보였다.
최강희 감독이 최고 자리에 올랐다. 최 감독은 22일 ‘2009 쏘나타 K리그 대상’ 감독상 기자단 투표에서 110표 중 80표를 얻어 30표에 그친 포항 파리아스를 밀어냈다. 2005년 지도자 데뷔 이후 처음 받은 감독상. 최 감독은 “작년 시상식을 객석에서 보며 과연 내가 저 자리에 설 수 있을까 우리 팀이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했는데 1년 만에 현실이 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분들이 희생해 준 덕이다. 지난 1년 간 선수들에게 엄청난 잔소리 했는데 이겨내고 정상에 서 줘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코치와 가족들 홈과 원정 가리지 않고 응원해 준 서포터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영광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평소 인터뷰 때마다 재치 있는 멘트로 취재진을 즐겁게 해 주기로 유명한 최 감독. 이날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최 감독은 수상소감 말미 “(경쟁자인) 파리아스 감독님께도 감사한다. 왜냐면 적절한 시기에 (팀을) 떠나줬기 때문이다”고 말해 좌중에 큰 웃음을 안겼다.
이어 “봉동 이장 출세했다”는 우렁찬 외침과 함께 무대를 내려왔다. 최 감독은 “(파리아스) 감독의 심정도 이해하지만 그렇게 갑자기 책임 없이 감독이 떠나면 선수와 구단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마지막 멘트의 이유를 설명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사진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