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귀화한 탁구 선수 석하정이 오랜 마음고생 끝에 올해 한층 물오른 기량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코리안 드림을 다짐하는 그의 눈매가 매섭기만 하다. 사진 제공 월간탁구
스레이라는 이름을 가진 중국 출신 15세 소녀는 탁구 라켓 하나에 희망을 건 채 낯선 한국 땅을 밟았다. 그게 2000년이었으니 벌써 9년 전 일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연습생 신분으로 대한항공 탁구단에 입단한 그는 한국 국적 취득이 늦어지면서 2007년까지 8년 동안 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다. 어깨너머로 동료들이 뛰는 모습을 부럽게 지켜보며 훈련에만 매달렸다. 그랬던 그가 한국 탁구의 세대교체를 이끄는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중국 귀화 선수 석하정(24) 얘기다.
○ 中귀화 당예서 꺾고 女탁구 정상에
172cm, 58kg의 뛰어난 신체조건을 갖춘 석하정은 22일 용인에서 열린 제63회 종합선수권 단식 결승에서 역시 중국 귀화 선수인 당예서(28·대한항공)를 4-1로 꺾고 처음으로 우승했다. 이어 23일 단체전에서도 대한항공의 3연패를 이끌었다. 특히 그는 올 들어 국내 대회에서 3차례나 단식 정상에 오르며 최강의 자리를 굳혀 가고 있다. 소띠인 석하정이 소의 해인 기축년에 전성기를 활짝 맞은 셈이다. 그는 올해 초에는 처음으로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해 여러 차례 눈물을 훔치며 중국으로 돌아갈까 고민했던 석하정은 “경기를 많이 하다 보니 경험이 늘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뭔가 알 것 같다. 올해는 운수대통이었다”며 웃었다.
대한항공 강희찬 감독은 “큰 기술과 파워가 뛰어난 하정이가 자신의 약점이던 잔기술과 변칙구에 대처하는 능력을 길렀다. 집중력과 자기 컨트롤도 향상됐다”고 칭찬했다.
○ “이젠 국제무대에 이름 알리고 싶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석하정은 어느새 한국 사람이 다 됐다. 등뼈찜, 김치찌개, 부대찌개를 좋아하고 영양 보충을 위해 장어를 즐긴다. 쉬는 날이면 숙소 인근의 찜질방에서 땀을 푹 뺀 뒤 삶은 계란과 팥빙수를 먹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책임감 강한 한국 남자를 만나면 결혼할 계획도 있어요. 호호∼.”
들뜨기 쉬운 연말을 맞았지만 석하정은 다시 운동화 끈을 졸라 맸다. 27일부터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이 열리기 때문이다.
“내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에 꼭 출전하고 싶어요. 국제무대에서 꼭 제 이름을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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