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24일 독일 하노버의 니더작센 슈타디온. 전반 23분 스위스의 장신 수비수 필리페 센데로스가 공중으로 솟구쳤다. 그가 헤딩으로 날린 볼은 한국 골문 모서리에 꽂혔다. 이걸로 끝이었다. 앞서 토고전에서의 통쾌한 역전승과 프랑스전에서의 극적인 동점골은 이 한 방으로 빛이 바랬다. 의외의 타이밍에 골을 허용했기에 이후 공격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결국 후반에 추가 골까지 허용해 0-2로 패한 한국은 16강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아르헨 메시 3면방어… 압박수비가 열쇠
나이지리아 쉽게 흥분… 거칠게 다뤄야 승산
그리스 장신 많지만 헤딩서 밀리면 안돼
한국 대표팀 수비수들은 협력수비로 ‘작은 거인’ 리오넬 메시를 묶어야 아르헨티나를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5월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쐐기 골을 터뜨린 뒤 축구화를 벗어들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메시. 동아일보 자료 사진
○ 큰 대회일수록 수비가 열쇠
1954년 처음으로 밟은 월드컵 본선 무대. 한국은 2경기에서 16골을 헌납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과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선 3경기에서 4골을 뽑으며 선전했지만 각각 7골, 5골을 내주며 16강 꿈이 좌절됐다. 반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눈부신 수비가 빛을 발했다. 8강까지 5경기에서 2골만 내주며 ‘4강 신화’를 썼다.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의 열쇠도 결국 수비란 얘기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 역시 “큰 대회일수록 수비가 탄탄한 팀이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대표팀 수비수들은 월드컵 본선 수비 대책을 어떻게 세워 놓았을까. 최근 발표된 35명의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수비수 7명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 메시엔 협력수비, 아르헨 압박수비
대표팀 수비수들은 ‘마라도나의 재림’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 꼽았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그의 플레이를 직접 지켜본 최효진(포항)은 “메시는 활동량이 많고 순간 움직임이 좋다. 공을 안정적으로 잡은 상태에서 스피드가 붙으면 따라잡기 힘들다”며 경계했다.
‘메시 봉쇄법’은 없을까. 조용형(제주)은 메시가 볼을 잡으면 3명이 달라붙어야 한다고 했다. 메시는 측면에서 안쪽으로 자주 파고들기에 중앙 미드필더들의 협력 수비도 필수다. 강민수(수원)는 “메시의 첫 볼 터치만 보고도 어느 쪽으로 드리블할지 예측할 수 있을 만큼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철순(전북)은 이렇게 말했다. “오히려 우리 수비수들이 공격 가담을 늘려 메시가 공격에 전념할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개인기가 좋은 선수들이 즐비한 아르헨티나에 대비해선 강한 압박이 열쇠였다. 체력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해 아르헨티나 특유의 빠른 공격 리듬을 끊어야 한다는 것. 이규로(전남)는 “아르헨티나엔 후방 침투가 좋은 선수들이 넘친다. 공을 잡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까지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나이지리아엔 터프하게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를 상대할 땐 거친 플레이가 특효약이다. 김형일(포항)은 “아프리카 선수들은 힘이 좋은 데다 스피드와 유연성까지 갖췄다”며 “얌전하게 두면 브라질 못지않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가 안 풀릴 땐 쉽게 흥분하고 조직력이 떨어지는 약점도 지적됐다. 초반부터 과감하게 몸싸움을 하면서 상대를 거칠게 다루면 승산이 있다는 것. 최철순은 “순간순간 맥을 끊어주며 성가시게 하면 나이지리아 선수들이 제 풀에 꺾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의 본선 첫 상대인 그리스의 강점으로는 ‘조직력과 빠른 역습’이 꼽혔다. 이재성(수원)은 “지난 월드컵에서 그리스와 비슷한 스타일의 스위스에 당했다”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키가 큰 그리스 선수들과 악착같이 헤딩 경합을 펼치고 헤딩 후 흐른 볼의 움직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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