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도전” 빅마우스상… 벤치 타격왕 ‘디펜스상’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2월 25일 07시 00분


김상현의 주루플레이에 대해 항의하던 김성근감독이 선수단을 철수시키면서 포스트시즌 사상 최초 퇴장 감독으로 기록됐다.  스포츠동아 DB
김상현의 주루플레이에 대해 항의하던 김성근감독이 선수단을 철수시키면서 포스트시즌 사상 최초 퇴장 감독으로 기록됐다. 스포츠동아 DB

재미로 풀어본 ‘ 2009 프로야구어워드’


다사다난했던 2009년도 저물어간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사상 최다 관중을 기록하며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크고 작은 일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고, 팬들은 야구에 웃고 야구에 울었다. 스포츠동아는 2009년 프로야구를 결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들을 엄선해 재미있게 풀어봤다. 이른바 ‘2009 프로야구 어워드’다. 당시에는 아프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심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웃으면서 돌이킬 수 있는 사건·사고들이다.

올해의 난타 22-17 핸드볼 스코어…40안타 신기록
‘스승의 날’ 5월 15일. 프로야구 새 역사를 쓴 날이기도 하다. 목동구장에서 열린 LG-히어로즈전. LG가 5-13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22-17로 뒤집어 승리했다. 그야말로 핸드볼 스코어. 양 팀 합계 40안타와 84루타 역시 역대 신기록. 히어로즈는 역대 가장 많은 점수를 뽑고도 패한 팀으로 남게 됐다.

올해의 홈런 KIA 나지완 KS 사상 첫 끝내기 홈런
한국시리즈 7차전. KIA와 SK가 3승3패로 맞선 가운데 최종 7차전은 5-5로 균형을 맞추면서 9회말로 접어들었다. 1사 후. KIA 나지완은 SK 투수 채병용을 상대로 사상 최초의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100년 역사가 넘는 월드시리즈에서도 단 한번밖에 없었던 기록. 앞으로 100년간 다시 보지 못할 홈런일지도 모른다.

올해의 볼넷 SK 9회말 투아웃서 3연속 볼넷 자멸
8월 9일 군산 SK전. 9회말에 돌입할 때까지 KIA는 2-3으로 끌려갔다. SK 베테랑 투수 김원형은 2사까지 잘 잡았다. 경기 종료까지는 아웃카운트 1개. 그런데 대타 김상훈과 이현곤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교체된 정우람도 이용규에게 볼넷. 9회말 2사 후 3연속 볼넷으로 만루가 되고 말았다. 여기서 김원섭의 만루홈런이 터졌다. 9연승을 내달린 KIA가 단독선두를 굳힐 수 있었던 터닝포인트였다. SK 김성근 감독은 주심의 판정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27년 전 김재박의 개구리번트를 떠올리게 만든 바로 그 번트. KIA 이용규(왼쪽)가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절묘한 스퀴즈번트를 성공시키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7년 전 김재박의 개구리번트를 떠올리게 만든 바로 그 번트. KIA 이용규(왼쪽)가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절묘한 스퀴즈번트를 성공시키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올해의 번트 KIA 이용규 개구리번트 ‘김재박의 재림’
한국시리즈 5차전. 2승2패로 맞선 가운데 시리즈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요한 일전이었다. KIA는 3회말 1사 1·3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이용규는 상대 배터리의 피치아웃에도 불구하고 기막힌 스퀴즈번트를 성공하면서 선취점을 만들어냈다. 일명 ‘개구리번트’. 이용규로 인해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원조 개구리번트’의 주인공 김재박이 27년 만에 다시 회자됐다.

올해의 퇴장 선수단 철수 SK 김성근 PS첫 퇴장 감독
SK 김성근 감독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단단히 화가 났다. 0-2로 뒤진 6회말 1사 1·2루서 이종범의 2루땅볼 때 더블플레이를 시도하던 유격수 나주환의 1루 악송구로 스코어가 0-3으로 벌어지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1루주자 김상현이 긴 다리를 뽐내며 2루 쪽으로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나주환이 발에 걸려 넘어진 것은 ‘수비방해’라고 판단했기 때문.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선수단을 철수시키면서 포스트시즌 사상 최초 퇴장 감독으로 기록됐다.

올해의 사구 KIA 이현곤 9회말 만루서 밀어내기
7월 10일 광주 두산-KIA전. 2-2 접전 속에 9회말 1사만루. 8회 구원등판한 두산 임태훈은 최경환을 잡고 한숨을 돌렸다. 이현곤 타석. 볼카운트 1-1에서 이현곤은 3연속 파울을 만들며 끈질기게 붙었다. 여기서 몸쪽 시속 148km짜리 강속구를 뿌렸다. 아뿔싸! 이현곤의 옆구리를 강타하는 공이었다. 통산 16호이자 시즌 첫 밀어내기 사구. KIA 선수들은 이현곤의 통증에는 아랑곳없이 모두 뛰어나와 다시 한번 몰매를 퍼부었다.

올해의 빈볼 주의 받고도 위협구…타석 떨어져 볼넷
플레이오프 5차전. 두산 금민철은 3회 박정권과 박재상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스코어가 0-7로 벌어지자 다음 타자 정상호에게 등 뒤로 날아가는 위협구를 던졌다. 김성근 감독이 “빈볼 아니냐”며 항의하자 최수원 주심이 마운드로 올라가 금민철에게 주의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금민철은 2구째를 정상호 머리를 향해 던졌다. 정상호는 결국 타석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볼넷을 골라나갔다. 금민철과 정상호는 인천 동산고 4년 선후배 사이. 금민철의 고집스러움에 “너무한 것 아니냐”는 질책과 “담이 커진 걸 보니 앞으로 더 성장하겠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올해의 별명 KIA 조범현감독 ‘조뱀’서 ‘조갈량’으로
‘별명’하면 떠오르는 선수는 김태균. 그러나 올해 최고의 별명을 얻은 인물은 KIA 조범현 감독일 터. 조 감독은 올 초까지 KIA 팬들 사이에서 ‘조뱀’으로 불렸다. 그러나 8월 21일 문학 SK전 대타 나지완의 만루홈런, 8월 30일 잠실 두산전 대타 장성호의 만루홈런 등 올해 터진 대타 만루홈런 2방을 모두 KIA가 기록하면서 조 감독의 별명은 ‘조갈량’으로 바뀌었다.

올해의 싸움 LG 심수창-조인성 배터리 공개 내분
올해도 어김없이 그라운드에서 난투극이 종종 벌어졌지만 올해 최고의 싸움은 뭐니뭐니 해도 ‘LG의 집안싸움’. 8월 6일 잠실 KIA전에서 경기 중 포수 조인성과 투수 심수창이 공개적으로 말다툼을 벌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안으로 곪아있던 LG 선수단의 내분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올해의 실언 김성근감독“봉중근 결장…의무감 결여”
시즌 막바지인 9월 16일 LG가 봉중근의 엔트리 제외를 결정했다. 시즌 중반부터 팔꿈치 통증이 있는 데다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러면서 9월 18일 KIA전 등판이 불발되자 김성근 감독은 “팬들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던져야 하는 것 아니냐.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의무감이 없다”고 말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김 감독은 이에 앞서 8월에 봉중근이 SK전에 등판하려하자 “봉중근이 만에 하나 팔꿈치가 더 악화되면 한국야구의 손실”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LG측은 이에 “남의 집 일에 왜 간섭하느냐”며 발끈하기도 했다.

올해의 디펜스 앉아서 타격왕…경쟁자엔 고의성 볼넷
LG 박용택과 롯데 홍성흔은 시즌 마지막까지 피 말리는 타격왕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9월 25일 잠실에서 LG와 롯데가 맞붙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박용택은 449타수 168안타(타율 0.374)로 홍성흔(425타수 158안타·0.372)을 2리차로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박용택은 벤치를 지켰고, LG 투수들은 홍성흔에게 4연속 볼넷으로 맞섰다. 1안타가 나와도 역전이 불가능하자 마지막 타석에서 승부를 펼쳤다. 홍성흔은 타율 0.371로 시즌을 마쳤고, 박용택은 다음날 히어로즈전에 선발출장했지만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뒤 빠지면서 1리 차로 타격왕에 올랐다.

올해의 거래 KIA 이적 김상현 타격 3관왕 ‘인생역전’
거래를 하고 나면 항상 웃는 자와 우는 자가 발생하게 마련. 4월 19일 단행된 LG와 KIA의 트레이드는 역사에 남는 거래로 기록되게 됐다. LG는 내야수 김상현과 박기남을 내주고 투수 강철민을 받았다. 그러나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트레이드는 양 팀의 명암을 갈라놓았다. 김상현은 홈런·타점·장타율의 3관왕에 오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MVP까지 차지했다. 강철민은 단 1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KIA는 복덩어리를 얻은 셈이지만 LG 내에서 김상현은 ‘금지어’가 됐다.

올해의 빅마우스 김인식 감독“WBC 위대한 도전”
올해도 수많은 촌철살인이 탄생했다. 그 중 가장 빛나는 한마디는 ‘위대한 도전’이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은 승승장구하며 4강에 진출했다. 사령탑을 맡은 김인식 감독은 다저스타디움에서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위대한 도전을 해보겠다”는 한마디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한화그룹의 슬로건에서 따온 말이지만 김 감독이 즉석에서 내뱉은 이 한마디는 대한민국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올해의 추격 LG 9회말 역대 최다 8득점 ‘기적 동점
5월 12일 LG는 잠실 SK전에서 1-9로 뒤지다 9회말에만 무려 8점을 뽑아내며 9-9 동점으로 몰아가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역대 9회말 최다득점의 기적 속에 동점을 만들었지만 결국 연장 12회초 대거 6실점하며 10-16으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LG는 이뿐 아니라 올 시즌 내내 초반 대량실점 후 막바지 대추격전을 벌이는 경기를 숱하게 만들었다. 명승부를 만들어놓고도 대부분 아깝게 패하자 LG를 두고 ‘추격자’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이기지는 못하고 상대방을 혼만 내준다는 뜻에서 ‘혼의 야구’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스타 선수들이 줄부상을 당해 팬들을 안타깝게 만든 한 해였다. 일본프로야구 진출에 성공한 김태균은 4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뇌진탕을 당해 들것에 실려 나갔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스포츠동아DB
스타 선수들이 줄부상을 당해 팬들을 안타깝게 만든 한 해였다. 일본프로야구 진출에 성공한 김태균은 4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뇌진탕을 당해 들것에 실려 나갔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스포츠동아DB

올해의 사고 김태균·이범호…끊임없던 119 사이렌
선수들의 부상이 속출한 한해였다. 특정선수 한명을 꼽기 힘들 정도로 줄부상을 당했다. 특히 WBC 준우승의 주역들이 쓰러지면서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김태균의 뇌진탕 사건을 시작으로 이범호 박경완 김광현 이종욱 이용규 등이 큰 부상으로 시름했다. WBC 멤버는 아니지만 롯데 조성환도 안면 골절로 팬들을 충격에 몰아넣기도 했다. 유난히 구급차가 그라운드로 출동하는 소리가 요란했던 한해였다.

‘올해의 훌리건’에 선정된 사직구장의 한 관중. SK 박재홍에 대한 롯데 팬들의 반감은 예상보다 훨씬 심했다.스포츠동아DB
‘올해의 훌리건’에 선정된 사직구장의 한 관중. SK 박재홍에 대한 롯데 팬들의 반감은 예상보다 훨씬 심했다.스포츠동아DB

올해의 훌리건 사직 롯데 팬 ‘칼’ 들고 박재홍 위협
5월 6일 사직 SK-롯데전. 7회초 박재홍 타석 때 관중석에서 느닷없이 칼을 든 남자가 그라운드에 난입했다. 이 팬은 기세 좋게 칼을 휘두르며 박재홍쪽으로 달려가더니 갑자기 칼을 던진 뒤 줄행랑을 쳤다. 네티즌들이 ‘롯데껌’에 빗대 ‘검이라면 역시 롯데검’, ‘박재홍 만나기 100m 전’ 등 수많은 패러디물을 만들어낼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