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주최 황금사자기 결승전 3월 29일 개최 ‘배려’… 개장 28년만에 처음
고교감독들 “잠실은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 대환영
3만 관중으로 가득 찬 잠실야구장은 고교선수들에게는 ‘꿈의 구장’이다. 하지만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멀다.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 프로 유니폼을 입어야 비로소 밟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그랬다.
야구 메카 잠실야구장이 생긴 지 28년 만에 처음으로 고교야구 챔피언이 탄생한다. 3월 29일 열리는 제6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 그 무대다. 1984년 봉황기 대회 때도 잠실에서 고교 야구가 열렸지만 일정을 맞추기 위한 2회전 일부 경기였고 결승전은
서울운동장(동대문야구장)에서 개최됐다. 대한야구협회 이상현 사무처장은 “고교야구에 프로전용경기장이 개방됐다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결정이 프로야구와 아마추어야구가 공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잠실야구장은 1982년 7월 15일 문을 열었다. 1980년 착공해 1985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를 유치하면서 일정을 앞당겼다. 서울의 명물로 등장한 잠실야구장을 처음 밟은 주인공은 고교선수들이었다. 그해 7월 16일부터 이틀 동안 개장기념 우수 고교 경기가 열려 경북, 부산, 군산상, 천안북일고 선수들이 잠실벌을 누볐다. 경북고 류중일(현 삼성 코치)은 잠실야구장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고교야구의 마지막 황금기였다.
이듬해부터 잠실야구장은 MBC(현 LG)의 전용구장이 됐다. 1986년부터는 OB(현 두산)가 함께 썼다. 프로는 잠실, 아마추어는 동대문야구장으로 교통정리가 됐다. 하지만 고교야구를 비롯한 아마야구는 2007년 말 동대문야구장이 철거되면서 떠돌이 신세가 됐다. 2년 동안 목동야구장을 주로 사용했지만 접근성이 동대문야구장보다 떨어져 가뜩이나 위축된 고교야구는 더욱 썰렁해졌다.
고교선수들이 잠실야구장을 쓸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히어로즈가 혼자 사용하며 방문경기 때는 비워두는 목동과는 달리 잠실야구장은 시즌 내내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구장 관리가 어렵다는 것도 이유가 됐다.
하지만 한국야구의 젖줄인 고교야구의 부활을 위해 어른들이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나섰고 잠실야구장을 사용하는 LG와 두산이 동의했다. 올해 프로야구는 3월 27일 막을 올린다. 잠실야구장에서는 27, 28일 두산-KIA의 개막 2연전에 이어 30일부터 LG-SK의 3연전이 열린다. 황금사자기 결승전은 프로경기가 없는 29일 개최된다.
LG스포츠단 안성덕 사장은 “우리가 쓰고 있지만 잠실야구장은 공공성이 있는 곳이다. 일정에 지장이 없는 한 배려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장지도자들도 크게 반겼다. 2006, 2007년 황금사자기를 2연패한 장충고 유영준 감독은 “잠실은 선수들에게 꿈이자 희망이다. 잠실을 밟기 위해서라도 결승까지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한 천안북일고 이정훈 감독은 “결승전 한 경기만 열리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외야석까지 꽉 찰 정도로 팬이 많이 찾아주시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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