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 숨은 공신들(1) 데카시스템 허원영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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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4일 14시 33분


지난 해 11월 30일 제46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1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주)데카시스템 허원영 대표이사가 수출 효자품인 골프용 GPS 거리측정기 골프버디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지난 해 11월 30일 제46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1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주)데카시스템 허원영 대표이사가 수출 효자품인 골프용 GPS 거리측정기 골프버디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2009년 우리의 골프는 세계에서 가장 빛났다.

뒤늦게 PGA 투어에 진출한 양용은은 아시아 남자골퍼로는 처음으로 미 PGA 메이저 대회를 정복했고, 신지애는 미 LPGA 투어에서 31년 만에 신인상과 상금왕을 동시에 달성하는 업적을 이뤘다. 우등상감이다.

별들의 활약 뒤에는 묵묵히 골프발전을 위해 힘을 쏟은 역군들이 숨어 있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한국골프가 세계 1위가 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 모른다. 2010년에도 땀으로 새해를 열고 있는 골프계의 숨은 공신들을 스포츠동아가 찾아 나섰다.

2009년 국내 골프산업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골프용 GPS 거리측정기 생산업체 (주)데카시스템(대표이사 허원영)은 지난해 11월 30일 제46회 무역의 날에 1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골프버디의 성공은 국내의 골프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은 첫 번째 사례다. 골프강국 대한민국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충남 천안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주)데카시스템 본사에서 허원영 대표이사를 만났다.

○ 5년 발품으로 일군 성공신화

2004년 말, 허원영 대표이사는 대박의 꿈을 찾았다. 1년 여 개발 끝에 2004년 말, 마침내 골프용 GPS 거리측정기 ‘골프버디’를 출시했다.

허 대표는 골프버디가 세상을 바꿀 기가 막힌 발명품이라고 생각했다.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을 달고 다니 듯 골프장에서도 꼭 필요한 장비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청운의 꿈은 얼마가지 않아 일장춘몽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홀대받았고, 일부에서는 얼마 가지 못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실패의 원인과 함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직접 나섰다.

이유를 찾았다. 첫 번째는 정확한 데이터 구축이었다. 처음에 출시된 골프버디는 위성사진을 보고 거리를 측정해 만들었다. 그 결과 오차가 10~20m씩 생겼다. 골퍼들이 신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였다.

“12월이 되면 전 직원들이 국내와 해외 골프장을 돌아다니면서 현장 실측을 시작했다. 자금과 시간 투자는 말로 다 할 수 없었다”며 고생했던 일화를 털어놨다. 그 결과 지금은 오차가 2~3m 이하로 줄었다.

두 번째로 해결책이 나왔다. 해외시장 진출이었다.

국내에서의 반응은 참담했다. 허 대표는 빨리 전략을 수정했다.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04년부터 매년 미국, 일본, 독일 등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3년 간 떠돌이 생활을 한 끝에 2007년 첫 결실이 맺어졌다.

80만 달러 수출로 첫 발을 내딛었다. 5년 발품 끝에 얻은 열매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박람회에 참가한 한국의 중소기업에 외국의 바이어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눈여겨 본 몇몇 바이어들이 골프버디의 판매를 자처했다. 이 때 R&A와 USGA에서는 코스에서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하는 골프룰을 개정했고, IT 강국 한국이라는 프리미엄도 더해졌다.

운이 트인 셈이다. 물꼬를 튼 수출길은 탄탄대로가 됐다. 2008년 900만 달러에 이어 2009년에 18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자신감을 찾은 허 대표는 “휴대전화가 처음 나왔을 때 ‘집에 전화가 있으면 되지 들고 나니는 전화기가 왜 필요하냐?’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휴대전화가 1인 1개 시대를 넘고 있다. 골프버디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머지않아 골퍼라면 누구나 들고 다니는 필수 장비가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다음 목표는 세계 1위”
성공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아직 이르다.

골프용 GPS 거리측정기는 이제 걸음마를 뗀 시장이나 다름없다. 골프버디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5% 안팎이다. 만족할 만한 성과지만 1위 업체와는 여전히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아직도 올라갈 곳이 많다는 의미다.

허 대표는 2010년 목표를 2500만 달러 수출로 잡았다. 이를 위해 1월 말에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로 다시 발품을 팔러 간다.

경쟁자들도 많아졌다. 유명한 전자제품 유통사 가민(Garmin)을 비롯해, 캘러웨이골프 등이 GPS 거리측정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적인 기업을 상대로 중소기업이 전투를 벌이기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허 대표에겐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술력이다.

골프버디는 짝퉁이 없다. 발로 뛰어 만든 데이터는 돈 주고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허 대표는 “중국의 노래방에 가보면 지금도 국산제품으로 가득하다. 계속해서 노래라는 콘텐츠를 개발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짝퉁이 나오지 않는다. 골프버디도 마찬가지다. 제품을 만들 수는 있지만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앉아서 기다리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1억 달러 수출과 세계 1위가 되는 그날까지 허 대표는 계속해서 발품을 팔 각오가 돼 있다.

▲“주니어에게 좋은 환경 만들어 줄 것”
허 대표의 눈에 안쓰러운 장면이 목격됐다.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면서 현지의 주니어 선수들이 연습하는 장면을 볼 기회가 있었다. 우리의 주니어 선수들과 비교해 보면 환경 차가 컸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세계적인 선수가 탄생했지만, 지금의 환경에서 제2의 신지애, 양용은이 탄생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는 힘들다. 이포고등학교 등에 골프버디와 용품 등을 지원하게 된 계기다.

허 대표는 생각은 이렇다. “골프란 대충하는 경기가 아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알고 플레이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크다. 주니어 선수의 지원은 적지만 조금이나마 골프발전에 일조하는 시발점이다. 우리의 선수들도 좋은 환경에서 골프를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후원해나갈 계획이다.”

허 대표의 성격상 시작한 일에 포기란 없다. 그랬다면 지금의 성공도 없었을 것이다. 작게 시작한 일이지만 판을 크게 벌일 준비는 돼 있다.

주니어 지원과 프로선수 지원 등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 2010년이 더 바빠진 이유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허원영 대표이사는?
고려대학교 독문과를 나와 10년 넘게 롯데월드에서 인사·노무관리를 했다. 2003년 후배인 정승욱 미국 현지법인 대표이사와 함께 (주)데카시스템 앤 컨설팅을 설립하고 GPS 거리측정기 골프버디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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