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즐기는 스포츠]<2>생활체육의 출발, 학교체육

  • Array
  • 입력 2010년 1월 5일 03시 00분


시간 때우기式 체육수업은 이제 그만!

외국계 회사 입사 3년째인 황봄님 씨(27). 고교를 졸업한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지금도 그 시절 싸구려 재질의 자주색 학교 체육복에 대한 기억은 생생하기만 하다.

“아침에 체육복을 가방에 챙겨 넣을 때면 한숨부터 푹 나왔어요. 체육선생님은 죄다 무서웠고 수업은 힘들고 재미없고….”

황 씨의 머릿속에 학창 시절 체육 수업은 거의 비슷했다. 딱딱한 준비 운동에 이어 운동장 두세 바퀴 돌기. 대충 몸을 풀고 나면 남학생들에겐 축구공, 여학생들에겐 배구공이 주어졌다.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

○ 운동장 돌기 → 공놀이 ‘뻔한 수업’

운동을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체육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안양 호성중 조종현 교사는 씨름 수업 때 게임 방식과 만화 교재, 시청각 자료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 제공 하나로수업연구회
운동을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체육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안양 호성중 조종현 교사는 씨름 수업 때 게임 방식과 만화 교재, 시청각 자료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 제공 하나로수업연구회
자칭 ‘운동기피증 환자’인 황 씨는 대학 졸업 후 한참 지난 요즘에야 뒤늦게 운동의 필요성을 느낀다. “몸무게가 많이 불었어요. 꼭 건강이 아니더라도 취미 활동으로 괜찮을 것 같아요. 일찍부터 운동에 관심을 가졌다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선 학교체육이 생활체육으로 연결되는 출발점 역할을 한다.<표 참조> 반면 국내에선 학교체육이 생활체육의 시작 시점을 늦추는 훼방꾼 노릇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장 교사들도 할 말이 많다. “교과서에 따라 가르쳐야 하는 종목들이 있는데 시설은 부족하고 운동장은 좁고 학생 수는 많잖아요.”

○ 중고교생 비만 늘고 체력 떨어져

사정이 이러니 학생들의 운동량은 갈수록 줄어 비만은 늘고 체력은 떨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중고교생 비만율은 2005년 8.8%에서 지난해 9.6%로 늘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50m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오래달리기 등 6개 종목으로 구성된 신체능력 검사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4, 5등급 비율은 2008년 42%나 됐다. 2000년 조사에선 31%였다.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도 문제. 중학교 때부터 입시 경쟁이 시작돼 아이들은 방과 후에도 사교육을 받느라 ‘뛰어 놀기’는 생각도 못한다. 더구나 2000년 시작된 7차 교육 과정에서 대학입시 체력장 제도가 폐지됐고 내신에서도 체육 비중이 줄어 체육은 ‘안 해도 되는 과목’으로 인식된다.

그래도 희망이 없지는 않다. 체육 수업을 바꿔 보자는 움직임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02년 결성된 체육 교과 모임 ‘하나로수업연구회’가 대표적. 모임 대표인 경기 안양 호성중 교사 조종현 씨(37)가 지난해 2학기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씨름 수업은 신선했다. 동료 체육 교사들을 설득한 끝에 수업은 실전 게임 위주로 꾸렸고 시청각 자료와 만화를 교재로 활용했다. 씨름을 소재로 시화도 제작하게 했다.

색다른 수업 내용에 운동을 싫어하던 학생들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우효경 양(14)은 “처음엔 씨름이 뭔지도 몰랐는데 이젠 아주 좋다. 그림도 그려 보면서 씨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조 씨는 “체육 과목에서 기술 습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스포츠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는 수업

때마침 2007년 공시된 7차 개정 교육과정에서 체육 교과의 목표가 교과서 종목의 기술 습득이 아닌 체육 활동이 주는 가치 습득으로 바뀌었다.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수업을 시도할 길이 열린 것. 개정 교육과정은 지난해 초등학교에 적용됐고 올해 중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고학년으로 확대된다.

방과 후 체육활동 활성화 프로그램과 체육시설 개선도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7년 학교 스포츠클럽 육성 계획을 마련해 체육 활동을 독려하고 대회에 출전하면 지원도 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00년부터 인조잔디운동장 조성사업을 벌여 지난해까지 전국 초중고교 996곳에 인조잔디를 깔았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