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는 197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여자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구기종목 최초로 동메달을 땄고 남자는 1978년 이탈리아 세계선수권에서 4강 신화를 썼다. 국제무대의 성과는 국내 대회 인기로 이어졌다. 라이벌전이 열리는 날이면 장충체육관 관중석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1994년 3월 대통령배(백구의 대제전) 결승을 마지막으로 배구는 장충체육관을 떠났다. 대통령배를 계승한 슈퍼리그 결승은 2004년까지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고 이듬해 프로배구는 서울 연고 구단 없이 출범했다.
추억의 장충체육관이 16년 만에 다시 배구의 중심으로 뜬다. 10일 열리는 남자부 우리캐피탈-LIG손해보험과 여자부 GS칼텍스-도로공사의 경기가 그 시작이다. 장충체육관에서 프로배구 공식 경기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 지난 시즌 올스타전이 개최됐지만 이벤트 경기였다.
서울은 종목을 막론하고 웬만한 프로구단이라면 모두 탐을 내는 지역이지만 2005년 출범 담시 프로배구연맹(KOVO)은 서울을 비워 놨다. 프로배구가 본궤도에 오르면 다른 지역과 달리 가입금을 받고 서울을 내줄 계획이었다. 지난해 7월 창단한 우리캐피탈이 20억 원을, 인천을 연고지로 했던 GS칼텍스가 10억 원을 내고 서울로 들어왔다. 그 덕분에 출범 5년 만에 본격적인 서울 시대가 열렸다. 프로배구는 지난해 11월 1일 개막했지만 그동안 장충체육관에서 매년 열렸던 공연 때문에 두 구단이 홈구장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홈 개막전을 앞둔 우리캐피탈 김남성 감독은 “배구의 메카였던 장충체육관에서 경기를 하게 돼 어깨가 무겁다. 한동안 배구에서 멀어졌던 서울 팬들이 배구의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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