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골프]“국산 골프 클럽 랭스필드 명성 되찾아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9일 03시 00분


■ 양정무 아이랭스필드 회장

2002년 부도후 재기 “제2의 도약”
태극문양 샤프트-왼손용 클럽 출시

2002년 부도를 딛고 일어선 국산 골프클럽 아이랭스필드의 양정무 회장이 5년 가까운 준비 끝에 내놓은 신제품 풀세트 ‘그랜드 마스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양 회장은 3개월 동안 클럽을 사용한 뒤 만족하지 않으면 아무 조건 없이 환불해 주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2002년 부도를 딛고 일어선 국산 골프클럽 아이랭스필드의 양정무 회장이 5년 가까운 준비 끝에 내놓은 신제품 풀세트 ‘그랜드 마스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양 회장은 3개월 동안 클럽을 사용한 뒤 만족하지 않으면 아무 조건 없이 환불해 주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그를 만난 건 폭설과 혹한이 몰아친 날이었다. 서울 강남에 자리 잡은 집무실에도 한기가 감돌았지만 작업복 잠바 차림으로 포부를 밝히는 그의 목소리에는 열정이 넘쳤다.

“그동안 숨만 고르고 있었는데 이제 샅바 한번 제대로 잡고 싸워볼 생각입니다. 신화를 이루고 싶습니다.”

아이랭스필드 양정무 회장(50). 그는 한때 국내 골프클럽의 대명사로 불린 랭스필드로 이름을 날렸다. 외국의 거대 골프 브랜드에 맞서 국내 시장 점유율 15%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루 매출 1억 원을 돌파한 적도 있다. 10년 가까이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2년 부도 사태로 시련을 겪었다. 특별소비세 과중 부담과 국내 브랜드라는 핸디캡으로 외상 매출금이 쌓이는 이중고에 허덕이며 발목이 잡혔다. 세인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져 갔다.

그런 양 회장이 골프 사업과 인연을 맺은 지 20년째가 되는 올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우선 근황이 궁금했다. “험난한 국내 현실 속에서 골프용품 사업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철강 사업과 골프장 경영으로 힘을 키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양 회장의 명함에는 아이랭스필드뿐 아니라 그가 이끌고 있는 상교금속공업, 대명금속, 골드마운틴CC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사업 다각화로 자금력을 끌어올려 골프용품 시장에서 사활을 걸기 위한 실탄을 마련한다는 게 그의 설명.

양 회장은 부도 후 혈혈단신으로 700달러를 쥐고 미국 하와이에 건너가 1년여 만에 현지에서 랭스필드 클럽의 인지도를 높이는 수완을 발휘했다. 2005년 국내 복귀 후 바닥으로 떨어진 회사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시중에 떠돌던 가짜 랭스필드 클럽을 회수해 폐기 처분하기도 했다.

양 회장은 최근 5년 가까운 준비 끝에 신제품 풀세트 ‘그랜드 마스터’를 출시했다. 국산 브랜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샤프트에 태극 문양을 인쇄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표시를 스티커로 붙이면 자칫 쉽게 뗄 수 있기에 아예 새겨 넣었다. 퍼터 그립에도 한국을 상징하는 색동저고리 색깔을 채택했다. “외국인과는 다른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국산 클럽으로 편하게 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양 회장은 3개월 동안 클럽을 사용한 뒤 만족하지 않으면 아무 조건 없이 환불해 주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만큼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국내 용품 업체에서는 드물게 이번에 왼손잡이 전용 클럽을 출시한 것도 이색적이다. 어릴 때부터 외국 브랜드에 길들여지고 있는 주니어 선수들에게 클럽을 보급하는 데 앞장설 생각이다.

양 회장의 구력은 20년에 베스트 스코어는 69타.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보여줄 의도로 라운드할 때 빈 스윙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양 회장은 “세계 수준인 한국 골퍼의 실력에 걸맞은 제대로 된 국산 제품을 내놓을 것이다. 새로운 10년을 여는 올해가 바로 그 출발이 될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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