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박찬호 선발을 고집하는 이유는 ?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0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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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특급' 박찬호(37)는 메이저리그 진출 17시즌 째를 맞는 올해 과연 어느 팀에서 뛰게 될까.

지난 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부활에 성공한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박찬호는 아직까지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 소속팀 필라델피아도 이별을 통보한 상태. 불펜으로서 박찬호의 가치를 높게 샀던 필라델피아는 지난 시즌보다 50만 달러(약 5억6500만원) 오른 300만 달러(약 33억9000만원)
의 연봉을 제시했다.

하지만 선발을 원한 박찬호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그렇다면 미국프로야구에서 16년간 맹활약하며 '스포츠 재벌' 소리를 들을 만큼 돈도 벌만큼 벌었고 명성도 쌓은 그가 계속 선발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야구 전문가는 "선수 생활이야 누구든 더 하고 싶은 것"이라며 "선발을 고집하는 건 중간계투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받고 컨디션 조절에도 편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스포츠 평론가인 기영로 씨는 '야구가 기가 막혀!'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박찬호가 선발 투수로 계속 뛰려 하는 것은 선발이 승수 쌓기에 유리하기 때문이고 이는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을 넘어서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박찬호는 지난 시즌까지 통산 120승 95패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4승만 더하면 일본의 노모 히데오가 가지고 있는 아시아 선수 메이저리그 최다승 기록인 123승을 넘어서게 된다. 그래서 박찬호의 궁극 목표는 124승이라는 것.

일본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투수로 활약하다 1995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노모는 첫 해 13승6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받았고 박찬호가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1996년에도 16승을 올리며 박찬호(5승)를 압도했다.

당시 박찬호는 "지금 노모와 나를 비교하지 말고 먼 훗날 둘 모두 은퇴했을 때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모는 2008년 7월 은퇴했다.

지난 달 초 박찬호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6개 팀이 자신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러브콜'을 보내는 팀은 없는 상황. 최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박찬호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지만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박찬호가 기념비적인 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어느 팀이 됐건 박찬호를 선발투수로 데려가는 팀은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될 텐데 말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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