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와의 경기 뒤 인터뷰실로 들어온 허정무 감독은 허탈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선수들이 허둥대는 플레이는 처음 본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허 감독은 “손을 써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차와 고지대 적응도 완전하지 않았다”고 이날 경기를 평가했다. 손을 써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어떤 전술이나 작전 지시를 내려도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시도 때도 없이 선수들이 넘어지는 상황에서 벤치도 속수무책이었다. 허 감독은 사령탑 취임 후 최다 실점 패배에 대해 “오늘 같은 경우는 전술과 전략이 무의미하다. 선수들이 빙판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중심을 못 잡고 허덕였다. 수중전도 경험했지만 너무 심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선수들이 중심을 잡지 못했다. 전반에 이운재가 골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냥 먹었고 두 번째도 실수가 있었다. 그런 상황이 계속 벌어지니까 선수들의 조직력이나 역량이기보다 손써 볼 수 없는 경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허 감독의 말.
“핑계 같지만 공식경기는 올해 처음이고 시즌이 끝나고 나서 경기 감각 자체가 떨어진 게 사실이다. 후반 들어서는 10골을 먹는 한이 있어도 자신감을 갖고 하라고 주문했다. 선수들에게 앞으로를 위해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아프리카에 그리 약하다고 보지 않는다. 현재 팀이 새로 짜여서 훈련을 왔고 아직 시차, 고지 적응이 안 된 상태다. 익숙해진 상황에서는 허무하게 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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