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에 2-4 완패…허정무호 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1월 10일 17시 14분


허둥지둥 공인구 적응…우왕좌왕 조직력

10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란드스타디움에서 끝난 아프리카의 복병 잠비아와의 평가전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은 A매치였다.

경기장소가 설악산보다 높은 해발 1750m의 고지대라는 점이나 새로운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를 가지고 치른 첫 공식 경기라는 점 때문이었다.

적응은 쉽지 않았다.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잠비아에 2-4로 완패했다. 패배는 당연했다.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출전을 위해 전력의 100%를 완성한 잠비아는 개인기가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조직력도 안정돼 한국 보다 한수 위의 전력이었다.

반면 한국은 이제 6개월 뒤를 생각하며 팀을 만드는 과정이어서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는 패배 속에서 어떤 것을 배우냐는 것이다.

한국은 전반 7분 펠릭스 카통고, 15분 레인포드 칼라바에게 연속골을 내주고 끌려가다 전반 35분 김정우(광주)의 만회골로 따라붙었지만 후반 13분 제임스 차망가, 28분 노아 키부타에게 또 다시 연속 골을 허용하며 새해 첫 A매치에서 망신을 당했다.

후반 38분 구자철(제주)이 추격 골을 넣었지만, 승부는 이미 기운 뒤였다.
이날 패배로 허정무호는 출범 이후 14승 13무 3패를 기록했다. 허정무호 출범 이후 대표팀이 한 경기에서 3골 이상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인구는 너무 어려워

허 감독이 남아공 전지훈련 동안 가장 중점을 둔 점은 고지대 적응과 함께 공인구 자블라니의 성질 파악이었다.

선수들은 볼에 대한 어려움을 더 많이 호소했다. 스피드가 빠르고, 비거리가 길며, 회전을 잘 먹지 않고, 낙하지점 찾기가 힘들다고 했다.

훈련에서 힘든 것은 실전에서는 더욱 어렵기 마련이다. 이날 경기 후 선수들은 공인구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패배에 대한 변명도 일부분은 들어 있겠지만 생각해볼 여지는 분명 있는 상황이다.

미드필더 구자철은 “고지대인데다 공을 강하게 차면 더 강하게 날아간다. (회전을 넣는) 감아차기가 안됐다. 그러다보니 (중앙 미드필더로서) 롱패스 하는데 난감했다”고 말했다. 크로스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수비수 조용형은 “낙하지점 잡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강민수도 “공이 빠르고 움직임이 심했다”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최철순도 “볼에 대한 적응이 안 된 것 같다. 특히 낙하지점 잡는 게 힘들다”며 스스로에 불만이 가득했다. 공격수 노병준은 “자블라니는 연습 때랑 실전 때랑 많이 달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태극전사들은 비가 와서 미끄러운 잔디뿐 아니라 공인구 적응에 애를 먹으며 제대로 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허 감독은 “패스의 강약을 못 맞췄다. 스루패스나 킥을 했을 때 못 따라가거나 놓쳐버리는 실수를 많이 했다. 킥하는 볼에 스핀이 먹지 않는다. 감아서 차는 습관을 가진 우리 선수들이 차는 순간 풀려서 쭉 뻗어간다”고 설명했다.

●심리적 압박감과 허술한 조직력도 문제

아무리 공인구 적응이 덜 됐다고는 하지만 이날 한국대표팀이 보여준 플레이는 실망스러웠다. A매치에 그렇게 많은 실수가 나왔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잠비아 감독이 “오늘 처음 공인구를 만져봤다. 프로선수라면 볼에 대한 적응은 필수”라고 말한 점은 되새겨볼만한 대목이다.

월드컵엔트리 경쟁을 펼치는 선수들이 갖는 심리적인 압박감이나 조직적인 협력 플레이의 부재가 또 다른 원인으로 보인다.

선수들은 시종 허둥댔고, 어처구니없는 패스미스가 나왔다.
상대의 빠른 볼 처리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첫 번째 실점도 미드필드에서 제대로 압박이 이뤄지지 않고 느슨한 상태였고, 커버 플레이가 전혀 없었다. 두 번째도 상대의 뛰어난 개인기에 당하긴 했지만, 수비진이 일순간에 무너졌다. 상대의 3번째 골도 한국 수비진의 완벽한 실수였다. 4번째 PK 상황도 비슷했다. 수비 조직력은 선수들이 실전을 통해 스스로 해결해야할 문제지만 코칭스태프도 이날 경기는 다시 한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헌신은 허정무 감독이 원하는 월드컵 대표팀의 첫 번째 자격이다.

●또다시 45분용 된 이동국

스트라이커 이동국은 이날도 전반 45분만 뛴 뒤 후반에 김신욱과 교체됐다. 지난해 허정무호에 합류한 뒤에 치른 5차례 출장에서 45분 출전이 4경기나 된다. 풀타임 출전을 이번 전훈의 목표라고 밝힌 이동국이지만 허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허 감독은 “수비할 때 미드필더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격수 한 명이 해줘야 하는 데 그런 역할을 못했고 아직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교체 이유를 설명한 뒤 “어느 한 선수를 위해 풀타임을 뛰게 할 수는 없다. 본선에 가서 제대로 해줄 선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국을 뺀 것은 그의 플레이가 불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물론 계속 기회를 주고 있으니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허 감독은 말했다. 이동국은 ‘반게임용’이라는 불명예를 이번에도 떼지 못했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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