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서 2011년 가능성 보여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1일 03시 00분


“한국 마라톤 혁신”…‘드림팀’ 이끄는 황영조 기술위원장

한국 마라톤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기존 방식으론 안 된다. 수십 년간 해왔지만 성과가 없었다. 침체한 한국 마라톤을 살리기 위해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40).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가 지난해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을 맡아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일을 내겠다고 선언했다. 5일부터 제주도에 훈련캠프를 차리고 2011년 마라톤 드림팀을 이끌고 있는 그를 10일 만났다.

―중책을 맡았다.

“마라톤인의 한 사람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금메달을 땄던 기억을 되살려 한국 마라톤에 생기를 불어넣어 보겠다.”

―일부에서 지도자 경험이 일천하다는 비판이 있다.

황영조 마라톤 기술위원장이 10일 대표팀 전지훈련 숙소인 제주시 연동 아로마호텔에서 한국 마라톤 부활을 위한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남자 개인전 동메달, 남녀 단체전 동메달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주=양종구 기자
황영조 마라톤 기술위원장이 10일 대표팀 전지훈련 숙소인 제주시 연동 아로마호텔에서 한국 마라톤 부활을 위한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남자 개인전 동메달, 남녀 단체전 동메달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주=양종구 기자
“마라톤에서 연륜과 경험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마라톤을 책임진 사람들이 만들어낸 게 뭐 있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나. 나는 금메달을 딴 뒤 일찌감치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황 감독은 2000년부터 공단 감독을 맡고 있다) 석사 및 박사학위를 하면서 공부도 많이 했다. 마라톤을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자부한다. 공기업인 탓에 좋은 자원을 받지는 못했지만 유망주도 키웠다. 정당한 비판은 받겠지만 근거 없는 비난은 삼갔으면 좋겠다. 결과로 보여주겠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합동훈련을 하자고 했을 때 공단만 몽골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런데 이번엔 합동훈련을 하자고 한 이유는 뭔가.

황 감독은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당시 모든 일정을 잡고 전지훈련을 떠나기 일주일 전에야 연락이 왔다. 현지 숙소, 비행기표 다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겠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합동훈련을 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소속팀 훈련도 인정한다. 다만 대표팀 관리에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황 감독이 밝힌 향후 대표팀 관리는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그동안 기록 순으로 남녀 3명씩 선발해 그대로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대회를 뛰게 했는데 그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기록 작성 후 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 부상이 올 수도 있고 훈련이 덜 될 수도 있는데 기록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태극마크를 줘 큰 문제를 야기했다는 분석.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지영준과 이선영 등 남녀 간판들이 다 기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마라톤 대표팀은 기록은 참고 사항으로만 보고 대회 직전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 위주로 선발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합동훈련이 필요하다. 황 감독은 “현 대표 선수 중 남녀 2명씩, 그리고 기록 좋은 선수 2명씩 등 최소 2배수를 뽑아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현재 선수들이 부족한 게 뭔가.

“마라톤은 훈련량과 강도가 중요하다. 훈련량은 과거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하지만 강도가 훨씬 약하다. 나는 스피드를 갖춘 뒤 지구력 훈련을 했다. 그만큼 강도 높은 훈련을 커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 마라톤은 지구력을 키운 뒤 스피드를 가미하고 있다. 그래서 스피드 시대에 접어든 세계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다. 변화가 필요하다.”

―훈련이 과거식으로 회귀하는 것인가.

“아니다. 너무 강도가 높으면 부상이 온다. 그래서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지구력을 키우는 기본을 유지하되 스피드를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남자 15명, 여자 8명 등 총 23명이 훈련하는데 5시간 달리기 등 강훈련을 해도 잘 따라오고 있다. 여럿이 달리니 경쟁심도 유발해 훈련 분위기가 좋다.”

드림팀은 3월 21일 열리는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에 총출동한다. 황 감독은 “첫 시험대인 동아마라톤에서 2011년의 가능성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황 감독은 2011년 메달을 딸 비장의 무기도 마련했다. 스피드가 좋은 아프리카 선수들을 제치기 위해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이어지는 거리를 4번 왕복하는 난코스를 개발했다. 스피드를 앞세워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아프리카 선수들의 진을 빼겠다는 전략이다. 황 감독은 올 8월 대구 코스에서 예행 훈련도 할 예정이다.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의 지원도 큰 힘이 된다.

“우리는 이런 환경을 알고 다른 선수는 모른다는 게 최고의 이점입니다. 남자 개인전에서 동메달, 남녀 단체전에서 동메달이 목표입니다.”

황 감독의 2011년 청사진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잘 짜여 있었다. 과연 이 승부수가 통할 것인가.

제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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