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돈, 돈, 돈…연봉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2일 11시 11분


코멘트
"종범이도 찍고, 광현이도 찍고…"

KIA의 간판스타 이종범이 11일 지난해 보다 6000만원 오른 2억6000만원에 올해 연봉 재계약을 했고 SK의 에이스 김광현도 작년 1억3000만원에서 4500만원 오른 1억7500만원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등 프로야구 각 구단의 연봉 협상이 중반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10일에는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외야수 박한이가 원 소속팀인 삼성과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옵션 5000만원에 계약했고 9일에는 2009시즌 공동 다승왕(14승)인 투수 윤성환이 삼성과 지난해보다 무려 63.6%가 오른 연봉 1억8000만원에 재계약했다.

그러나 아직 많은 대어 급 선수들이 구단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어 '연봉 전쟁'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고 있다.

연봉 협상에 있어 국내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가 다른 점은 국내는 선수가 구단과 직접 협상을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대부분 에이전트가 나선다는 것.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2002년 LA 다저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할 때 미국 스포츠 에이전트계의 거물인 스콧 보라스의 덕을 톡톡히 봤다.

박찬호의 에이전트가 된 보라스는 텍사스 구단으로부터 5년 계약에 6500만 달러(약 735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거액을 받기로 하고 이적을 성사시켰다. 박찬호가 LA다저스와 처음 계약할 때 120만 달러(약 13억6000만원)를 받았으니 무려 54배가 뛴 셈.

반면 국내 프로야구는 선수가 직접 나서야 하니 야구 실력 외에 협상 능력도 키워야 하는 상황.

연봉 협상에 나서는 선수들은 △막무가내 형(합리적 인상 근거도 없이 무조건 올려 달라 큰소리치는 유형) △살신성인 형(뛰어난 시즌 성적에도 불구하고 구단 사정을 배려해 첫 협상에서 도장을 찍는 유형) △묵묵부답 형(구체적인 요구를 하지 않은 채 듣기만 하면서 구단을 애태우게 하는 유형)으로 크게 나뉜다고 한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연봉 협상 달인으로는 국내 프로야구의 재일동포 출신 1호인 고(故) 장명부를 들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 난카이와 히로시마에서 선수 생활을 한 뒤 1983년 1억2000만원이라는 거금(당시 국내 최고 연봉 선수였던 박철순의 연봉이 2400만원)을 받고 삼미 슈퍼스타즈에 입단한 장명부는 그해 혼자서 30승을 올리며 한국 프로야구사에 남을 기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1984년에 13승 20패 7세이브, 1985년에는 11승 5세이브 25패에 그치며 하강 곡선을 그린 것.

시즌이 끝나고 FA가 된 장명부에게 접근한 것은 빙그레 이글스. 장명부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빙그레 구단 관계자는 "나는 마음먹고 훈련만 하면 15승 이상은 누워서 떡먹기'라는 장명부의 말에 혹해 2년에 연봉 1억500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했다.

그렇다면 1986년 장명부의 성적은 어땠을까.

국내 프로야구 개인 최다연패(15연패)를 포함해 1승18패의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승리가 곧 돈'이라는 프로의 원칙에 따르면 1승에 무려 7500만원의 연봉을 지급한 셈이다. 참고로 당시 1억원이면 강남 아파트 10채를 사고도 남는 거액이었다고 한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