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석은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한국쇼트트랙의 부활을 이끌 리더다. 남자쇼트트랙의 에이스 이호석이 펼칠 금빛 레이스에 벌써부터 기대가 쏠린다.
2010밴쿠버 올림픽을 한 달 앞둔 시점.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선수들은 인터뷰도 꺼려할 정도로 예민한 상황이다. 13일 태릉선수촌 오륜관에서 열린 2010년 국가대표신년 하례회. 1992알베르빌 동계올림픽과 1994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남자대표팀 김기훈 감독은 “이 시기가 되면, 훈련보다 마이크 앞에 서는 게 더 힘들다”고 했다. “금메달을 따겠소!”라고 장담하기에는 허풍인 것 같고, 그렇다고 “자신 없다”고 말하기도 꺼림칙하다. 2006토리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호석(24·고양시청)은 “쇼트트랙은 당연히 금메달이라는 국민들의 정서가 가장 부담스럽다”고 했다.
새벽 5시에 기상해 5시 반부터 훈련시작. 고된 하루를 마치고 오후 10시에 취침. 피곤한 몸이 단잠을 재촉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자대표팀 조해리(24·고양시청)는 “요즘에는 잠도 자주 뒤척인다”고 털어놓았다. 꿈속에서 표현되는 무의식 속 부담감 때문이다.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불안감은 스케이트를 타는 꿈으로도 나타난다. 다른 선수들이 곤히 잠들어 있는 7시간. 이호석은 “난 꿈속에서도 훈련을 할 때가 있다”며 웃었다. 이런 날은 밤샘훈련(?)의 여파 때문인지, 새벽에 눈을 떠도 몸이 개운치 않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스케이팅의 밤들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쇼트트랙에서 정상급 선수들의 기술은 백지 한 장 차이.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타이밍이 승부를 좌우한다. 꿈속 시뮬레이션이 결정적 순간, 판단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이호석은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내리지만, 결국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자나 깨나 훈련뿐인 한국 쇼트트랙. 이번에도 하늘은 한국의 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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