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의 ‘운명’ 데스티니(23)는 공격을 성공시킬 때마다 마치 육상 도움닫기를 하듯 코트를 뛰어다녔다. 동료들도 덩달아 펄쩍펄쩍.
불과 얼마 전 깊은 패배의식에 빠져있던 GS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GS칼텍스가 14일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NH 농협 2009~2010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첫 경기에서 라이벌 흥국생명을 3-0(25-21 25-22 25-17)으로 완파했다. 10일 도로공사 전에 이은 2연승이다.
올 시즌 첫 연승을 기록하며 4승 10패로 3위 흥국생명(6승 8패)과 승차를 2경기로 좁혔다. 분위기 반전의 중심에는 이브 대신 시즌 중반 합류해 이날 두 번째로 경기에 나선 외국인 선수 데스티니가 있었다.
데스티니는 195cm의 큰 키와 높은 점프력을 앞세워 1세트에만 무려 10점을 뽑아내는 등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6점으로 상대 기를 죽였다.
특히 22-21에서 성공시킨 왼쪽 공격이 1세트를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GS칼텍스는 2세트 24-22에서 나혜원의 라이트 강타로 리드를 잡은 뒤 3세트에서도 여유 있게 앞서다 막판에 16-13까지 쫓겼지만 배유나의 블로킹에 이어 데스티니가 연달아 서브에이스를 성공시키며 20-14로 점수 차를 벌려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데스티니가 제 몫을 해주자 국내선수들도 힘을 냈다. 서브리시브와 수비가 안정을 찾으면서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반면 흥국생명은 주포 카리나가 14점에 26.83%의 공격성공률에 그치며 부진, 이날 패배로 PO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로 몰렸다.
데스티니는 “지난 주 첫 경기는 긴장이 많이 됐는데 1주일 간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며 많이 편해졌다. 우리 팀이 훨씬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량을 갖췄음에도 특정 부분이 모자라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내가 그것 메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독특한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육상선수 출신이라 그런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데 그것은 아니다. 다만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며 에너지를 표출하고 싶을 뿐이다”고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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