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2일로 야구 볼거야 말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5일 11시 12분


‘무승부 경기를 어찌할꼬…’

야구를 직접 해본 사람은 안다.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서보면 수비수들이 촘촘히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도저히 공이 빠질 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넓은 운동장에 투수와 포수를 포함해 단 9명이 포진하기 때문에 타석을 벗어나서 보면 빈곳이 수두룩한데 타석에서만은 그렇지가 않다.

하지만 그 틈을 찾아 빈 공간에 안타를 쳐내는 맛이란….

팀 당 9명의 선수가 출전하고 9회까지 경기를 한다든지 하는 수백 가지의 각종 야구 규칙들.

어떤 경기의 규칙이나 운영 방법은 그 경기 특성에 딱 맞게 구성되어 있어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묘미를 만끽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이는 오랫동안 그 경기가 치러져 오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규칙이나 운영 방법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1825년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야구의 경우를 보자.

'볼 4개를 얻으면 걸어 나간다'는 규칙이 도입된 것은 1889년이다. 그 전 해까지는 3볼, 5볼, 6볼, 7볼, 그리고 심지어는 9볼이 적용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볼 4개를 골라내면 걸어 나가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오늘날의 볼넷 규칙이 도입됐다.

현재 투수판과 홈 플레이트 간의 거리는 18.44m(60피트6인치)이다. 이 규칙이 정해진 때는 1893년. 종전에는 그 거리가 15.24m~16.76m(50~55피트)로 들쭉날쭉했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승률 제도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무승부를 패로 간주하고 승리 경기 수를 전체 경기수로 나누는 현행 승률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자 일선 지도자들은 "무승부를 패로 간주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최소한 무승부는 0.5승으로 하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BO가 주장하는 승률제도는 지난시즌 처음 시행됐다.

지난시즌 정규리그에서 KIA는 81승48패4무를 기록했다. 따라서 승률은 81(승수)÷133(총 경기수) 해서 0.609가 됐다. 80승47패6무의 SK의 승률은 0.602. 따라서 KIA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07년에 시행됐던 승률제도로 하면 SK가 우승이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무승부 경기를 제외한 전체 경기수로 승수를 나누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 이 승률제도로 계산하면 KIA의 승률은 81(승수)÷129(무승부를 뺀 전체 경기수) 해서 0.628이 되고 SK는 80÷127로 승률이 0.630이 된다. 따라서 SK가 1위가 되는 셈.

KBO가 지난해의 승률제도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승패를 반드시 가리기 위해 무제한 연장전을 실시해 보니 자정을 넘어서까지 이어진 무박 2일 경기까지 발생했기 때문. 이런 경기는 선수들이 너무 지쳐 이후 경기력에 문제가 생겼고 또한 팬 서비스 차원에서도 문제가 많았던 것.

반면 일선 지도자들은 "무승부가 패로 간주되면 승리를 위해 그라운드에서 뛴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보상받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구 종주국인 미국과 74년의 프로야구 역사를 지닌 일본의 승률제도는 어떨까.

미국은 무승부가 없이 끝장 승부제이며 일본은 무승부를 아예 제외하고 승수÷승수+패수의 합으로 승률을 계산한다.

어떤 승률제도가 좋은지 야구팬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무박 2일이라도 끝까지 승패가 갈리는 것을 보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적절한 시간 내에 경기를 끝내고 다음날을 기약하기를 원하는지를…."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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