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자프로골프(JLPGA)에서 뛰고 있는 송보배(24)는 지난해 11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겸한 미즈노 클래식에서 우승해 올 시즌 LPGA투어 출전권을 얻었다. 하지만 송보배는 올해도 일본 무대에 집중한다. 송보배는 "LPGA는 메이저 대회 등 몇몇 대회만 출전하고 주로 일본에서 뛸 것"이라고 말했다.
송보배뿐 아니다. 2008년 US오픈 우승자 박인비, LPGA에서 통산 4승을 거둔 이선화 등도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해 올해부터 일본에서 뛴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2승을 거둔 안선주도 일본으로 주 활동 무대를 바꾼다. 이미 일본에서 활약하던 전미정과 이지희 등을 포함해 올해 JLPGA를 누비게 될 한국 선수는 20명에 이른다.
일본이 골프계의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여자 프로골프의 인기는 요즘 하늘을 찌른다. 지난해에는 요코미네 사쿠라, 모로미자토 시노부, 아리무라 치에 등 젊은 선수들이 막판까지 치열한 상금왕과 다승왕 경쟁을 벌이며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JLPGA 투어를 찾은 갤러리는 60만4994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도 JLPGA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34개 대회가 열린다. 총 상금도 지난해와 비슷한 28억8100만 엔(약 352억 원)이나 된다.
반면 40명 넘는 한국 선수들이 뛰고 있는 LPGA투어는 경제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월드챔피언십이 열리지 않는 등 지난해 27개에서 24개로 대회 수가 줄었다. 총 상금 역시 5140만 달러에서 4000만 달러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장점이 많다. 한국과 가깝고 이동 거리 역시 짧다. LPGA에서 뛰는 선수의 경우 1년 경비만 2억 원에 이르지만 일본은 절반도 들지 않는다. 최근 들어 JLPGA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비슷한 이유로 남자 프로 골퍼들도 대거 일본행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KPGA 다승왕과 상금왕을 차지한 배상문은 퀄리파잉 스쿨을 거쳐 올해 9개 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허인회 박재범 조민규 배규태 등도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했다. 기존에 일본에서 뛰던 김경태와 허석호, 김형성 등을 합치면 한국 선수는 15명이나 된다.
일본 남자 프로골프 역시 '천재골퍼' 이시카와 료 효과로 인해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다. 지난해 24개 대회에서 올해는 1개 대회가 늘었다.
한국 프로골프 투어 관계자는 "좋은 선수들이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무작정 가는 것보다는 한국에서 확실하게 실력을 다잡고 가는 게 성공 확률이 높다. 일본에서 크게 성공하는 선수가 나오면 한국 프로 골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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