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를 결정지을 첫 판에서는 역시 노련한 선배에게 믿음이 가는 모양이다. 신예 미드필더 구자철(제주)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그리스와의 첫 경기에서 대표팀 키 플레이어로 '대형 엔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지목했다. 유럽에서 오래 뛰었고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박지성이 조직력이 뛰어나 그리스를 꺾는 데 앞장설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동아일보가 15일 남아공 전지훈련을 끝낸 대표팀 선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단독 설문조사에서 조별리그 상대국별 한국의 키 플레이어를 물은 결과 응답자 20명 중 9명은 그리스와 1차전 키플레이어로 박지성을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캡틴' 박지성이 중심을 잡아 줘야 공격과 수비 모두 숨통이 트일 거라는 얘기다.
박지성은 특히 미드필더 7명 중 4명으로부터 표를 받아 중원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팀 내 에이스로 거듭난 '블루 드래곤' 이청용(볼턴)은 5표로 2위. 박주영(AS 모나코)과 기성용(셀틱)이 각 2표였다.
2차전인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는 박지성과 이청용, 기성용이 나란히 가장 많은 4표를 얻었다. '수문장' 이운재(수원)도 3표를 얻어 눈길을 끌었다. 중앙수비수 강민수(수원)는 "공격력이 우리보다 한 수 위인 아르헨티나를 상대할 때는 운재 형의 역할이 핵심"이라고 내다봤다. 미드필더 김정우(광주)는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는 고지대에서 열린다. 슈팅이 변화무쌍해지는 고지대에선 골키퍼의 능력이 승부의 열쇠"라고 설명했다.
나이지리아와 마지막 경기에선 이청용이 가장 많은 8표를 얻었다. 이청용은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 등 모든 포지션에서 고르게 표를 얻었다. 수비수 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는 "나이지리아 수비수들은 순발력이 떨어지고 침투 패스에 약하다"며 "청용이가 빠른 스피드로 흔들어 줘야 우리가 공격 템포를 지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성용과 박지성은 3표. 측면 수비수 오범석도 3표로 비중 있게 나왔다. 나이지리아 측면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범석의 오버래핑이 빛을 발할 거란 생각이다.
조별리그 3경기를 통틀어선 이청용이 가장 많은 지지(17표)를 얻었다. 대표팀의 '심장' 박지성은 간발의 차이(16표)로 2위. 기성용(9표)과 박주영(6표)도 동료들의 신뢰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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