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나비족?…“하승진은 진화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6일 03시 00분


‘평균 14.5점 - 9.9리바운드’ KCC의 대들보… “레더 합류로 숨통 트여”

요즘 최고 화제의 영화는 입체영화로 제작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다. 기자는 14일 마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나비족’을 현실에서 만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프로농구 KCC 용인체육관의 선수 숙소 라운지에서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25·221cm·사진)을 만났다.

체격에서 오는 위압감이 분명 있었다. 고개를 한참 위로 꺾어야 얼굴이 바라보이는 그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코트에서 상대 선수들에게 그가 어떤 존재인지 짐작이 갔다.

미국프로농구에 도전했다 돌아와 지난 시즌부터 국내 무대에서 뛰고 있는 하승진은 KCC의 핵심 선수를 넘어 한국 농구의 중심이 됐다. 더구나 그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지난 시즌 45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10.4득점, 8.2리바운드를 기록한 그는 올 시즌 37경기를 모두 소화하며 평균 14.5득점, 9.9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엔 몸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로 시즌을 시작했잖아요. 국내 농구에 적응이 안 된 부분도 있고, 많은 사람의 관심이 부담감으로 작용했어요. 시즌 중반까지 경험 많은 (서)장훈이 형이랑 같이 뛴 탓에 상대적으로 책임감이 좀 적었다고 할까요.”

하승진은 지난 시즌에 비해 올해 달라진 것으로 책임감을 꼽았다.

“지난 시즌 장훈이 형이 전자랜드로 떠나고 나서 이제 내가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그러니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됐어요.”

최근에는 날개까지 달았다. 9일 정통 센터 테렌스 레더(29·200cm)가 삼성에서 합류했다. 레더는 주로 골밑을 활동 무대로 삼기 때문에 하승진에 대한 상대 수비가 분산된다. 하승진은 “숨통이 트인 것 같다”고 했다. 레더의 합류 이후 KCC는 3연승 중이다.

지난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하승진의 눈부신 활약으로 우승컵까지 거머쥐었던 KCC가 올 시즌에는 슬로스타트에서 벗어나 가속 페달을 밟는 모습이다. KCC는 시즌 초 잠깐 7위까지 떨어졌지만 15일 현재 KT와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KCC 허재 감독은 “나무랄 데가 없다”며 하승진에 대한 전폭적인 믿음을 보낸다. “나이는 어리지만 성숙합니다. 성격이 다혈질인데도 참을성이 많죠. 팀 내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합니다.”

큰 체격에 어울리지 않게 하승진의 취미는 캠핑과 낚시. “낚시찌를 바라보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요. 일종의 명상 상태라고 할까요. 텐트 생활도 좋아해요.” 시즌 중에는 농구에만 집중한다. 외박을 허락받아도 숙소에서 노트북컴퓨터로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에게 미국 무대는 여전히 도전의 대상이다. 그는 “원한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잖나”라면서도 “국내에서 작은 선수들에게 익숙해질까 봐 조금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용인=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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