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쩌지?” 박찬호가 궁지에 몰렸다. 선발투수 또는 강팀의 불펜, 연간 최소 300만 달러 이상의 연봉. 이 조건 중 최소한 하나를 충족할 구단을 찾고 있지만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스포츠동아DB
두산캠프 합류 포기…새 둥지 찾기 구슬땀
필라델피아와 계약이 불발된 박찬호(37)의 입지가 시간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새 팀을 찾고 있는데 쉽게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베테랑 오른손 불펜을 찾고 있던 피츠버그는 17일(한국시간) 우완 브랜던 도넬리(38)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피츠버그는 ‘구원투수’ 박찬호에 눈도장을 찍고 가시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1년 150만 달러라는 조건에 도넬리를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도넬리는 8시즌 동안 29승9패에 방어율 3.02를 기록한 수준급 투수이면서, 필라델피아가 박찬호에게 제시했던 300만 달러의 반값을 연봉으로 받는다. 지난해 박찬호의 몸값(250만 달러)보다도 100만 달러 낮다. 박찬호의 피츠버그행은 이렇게 물 건너갔다.
박찬호를 원하는 다른 팀도 쉽게 나서지 않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세인트루이스가 박찬호를 영입 후보군에 올려놨다는 소문이 들렸지만, 아직은 말 뿐이다. 박찬호 뿐만 아니라 프리에이전트(FA) 불펜 선수들의 상황도 전반적으로 좋지 못하다. FA 구원투수 중 최고로 꼽혔던 라파엘 소리아노(탬파베이)도 1년 725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또 박찬호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됐던 다마소 마르테(뉴욕 양키스)나 데이비드 웨더스(신시내티)는 각각 3년 1200만 달러, 1년 390만 달러에 계약했다. 박찬호에게도 남 얘기는 아니다.
훈련 일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박찬호는 당초 2년 연속 두산의 미야자키 캠프에서 함께 훈련하려던 계획을 짰다.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박찬호는 이달 초 두산 관계자에게 “계약이 아직 안된 상황이라 계약하려면 일단 미국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미야자키로 건너가려면 시차 때문에라도 힘든 일정이 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오히려 시차가 적고 한화 캠프가 차려진 하와이를 대체 훈련지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박찬호에게는 선택이 필요하다. 선발로 뛸 수 있는 팀을 최우선으로 하되 불펜이라면 월드시리즈 우승이 가능한 팀에 몸담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 하지만 양 쪽 다 충족하기 어렵다.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에서 박찬호에게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불펜으로 염두에 뒀기 때문이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바라보는 강팀들은 이미 불펜 보강을 끝냈다. 돈 역시 마찬가지다. 박찬호는 1년 300만 달러를 제시한 필라델피아와 연봉 문제로 협상이 결렬됐다고 알려졌는데, 다른 팀들 역시 비슷한 조건이라면 제이미 라이트나 옥타비오 도텔처럼 좀 더 몸값이 싼 선수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사면초가에 놓인 박찬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