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에서 외국인 선수는 흔히 전력의 절반으로 통한다. 이들의 활약에 따라 시즌 성적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야구, 축구에 비해 팀원이 적은 배구의 경우 이들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크다. 삼성화재가 선두를 질주하는 것은 특급 용병 가빈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런 전력의 절반이 모두 모이면 어떤 팀이 될까. 프로배구가 색다른 시도를 한다. 2월 7일 올스타전 남자부에서 국내 올스타팀과 인터내셔널팀의 대결을 마련한 것.》 김호철-김남성 감독 “거포 많은 용병팀 승리” 신치용 감독-김세진 위원 “조직력 강한 토종팀 유리”
다른 종목에서도 팬들의 잔치 올스타전을 위해 이색 대결을 마련한 경우가 있었다. 프로축구는 1995년과 1997년에 국내 선발과 용병 선발이 대결했다. 두 번 모두 국내 선발이 이겼다. 여자 농구는 2006∼2007시즌 센터팀과 가드팀이 맞붙었다. 로렌 잭슨(당시 삼성생명)이 혼자 39득점, 19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센터 팀이 높이를 앞세워 승리했다.
프로배구 남자부는 지난 시즌까지 전 시즌 1, 4, 5위 팀과 2, 3, 6위 팀이 대결했다. 하지만 용병 전원이 공격수였던 이전과 달리 신생팀 우리캐피탈이 처음으로 세터 출신 블라도를 영입한 게 ‘세터 놀음’ 배구에서 용병 팀을 구상한 계기가 됐다.
국내 올스타팀 멤버는 팬 투표로 14명을 선발한다. 다득표 순으로 레프트 4명, 센터 3명, 라이트 3명, 세터 2명, 리베로 2명을 뽑는다. 12일 발표한 1차 집계 현황에 따르면 라이트 박철우(현대캐피탈), 레프트 김요한(LIG손해보험), 센터 고희진(삼성화재), 세터 한선수(대한항공), 리베로 여오현(삼성생명)이 각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인터내셔널팀은 외국인 선수 6명에 경기운영위원회가 추천한 국내 선수 8명이 합류한다. 올스타전에서 용병은 최소 4명 이상 뛰어야 한다. 문제는 용병 6명만으로는 제대로 된 팀을 꾸리기 힘들다는 것. 전체 용병 6명 가운데 라이트만 4명이라 국내 선수들이 공백 포지션을 메워줘야 한다. 3세트로 열리는 올스타전은 매 세트 감독이 바뀐다. 오랜 기간 해외에서 활동한 LIG손해보험 박기원 감독과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일단 인터내셔널팀을 맡을 것이 유력하다.
토종과 용병의 대결을 놓고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김호철 감독과 우리캐피탈 김남성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신춘삼 경기운영팀장 등은 용병 우위에 힘을 실었다. 일단 공격력만큼은 국내 선수들보다 월등하다는 게 그 이유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배구는 팀 스포츠라 아무래도 서로를 잘 아는 국내 팀이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 선수 가운데 서브 리시브가 능한 레프트와 유능한 리베로가 용병팀에 합류한다면 워낙 높고 힘이 좋은 용병 팀이 불리할 게 없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반면 김세진 해설위원은 “한두 번 연습한다고 완벽한 세트 플레이를 할 수는 없다. 나도 리베로 빼곤 모든 포지션을 해봤지만 호흡 맞추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토종 우위를 주장했다. KOVO 김홍래 홍보팀장은 “사전에 설문 조사를 했는데 국내 올스타와 인터내셔널 팀의 대결을 원하는 팬들이 많았다. 하루이틀 정도 연습 시간을 줘 양 팀이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병팀은 드림팀일까, 모래알 팀일까.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전력의 절반들’이 한 코트에서 뛰는 것만 해도 볼거리는 충분할 것 같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