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꿔요, 시상대 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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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0일 03시 00분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랭킹 1위 이강석

“요즘 들어 같은 꿈을 자주 꿔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 꼭대기에서 환하게 웃고 있어요. 인천공항에 들어서니 환영 인파가 나와 있는 것도 보여요. 정말 좋은데 잠에서 깨고 나면 한숨부터 나오죠.”

스피드스케이팅 500m 월드컵 랭킹 1위인 이강석(25·의정부시청·사진)은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2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오히려 올림픽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애쓴다. 올림픽이란 단어조차 입에서 꺼내기 조심스럽다. 꿈까지 어쩌지는 못해도 되도록이면 올림픽을 떠올리지 않으려 한다.

“쉬는 시간에 TV를 보면서 웃고 즐기다가도 ‘올림픽’이라는 말이 나오거나 올림픽 장면이 화면에 비치면 저도 모르게 움찔해요. 바로 TV를 꺼버리죠.”

그는 겨울올림픽 데뷔 무대였던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 김윤만(1000m 은메달) 이후 14년 만에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온 메달이었다. 이번 올림픽은 그에게 두 번째 대회다. 첫 번째보다 덜할 법도 하지만 긴장감은 더하다. 게다가 지난해 맹장수술을 받고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크게 두각을 내지 못했다. 18일 끝난 세계스프린트대회에선 이규혁(32·서울시청)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2006년 토리노 대회 뒤 4년을 뒤돌아보면 만족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규혁이 형은 ‘너만큼 기복 없는 선수도 없다’고 이야기해요. 저는 큰 대회에 강해요. 이번 올림픽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규혁의 존재는 그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 서로 경쟁심을 느낄 만도 하다. 하지만 둘 다 누누이 경쟁심은 없다고 말해 왔다. 과연 그럴까.

“경쟁심요? 물론 없다고 할 수는 없죠. 옆 레인에 외국 선수가 있는 것과 규혁이 형이 있는 것은 달라요.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하하.”

세계 1위인 그도 사람들의 관심에는 목마르다. 세계선수권에서 두 번 우승하고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도 따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재작년 월드컵에서 12위까지 추락하며 팬들의 외면도 겪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간 셈이다. 그래서 인기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피겨스케이팅이 인기를 끄는 것은 김연아가 잘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해요. 쇼트트랙도 금메달을 따고 잘하니 인기가 좋잖아요. 저도 이번에 금메달을 꼭 따서 스피드스케이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어요. 저에 대한 관심도요.”

꿈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던 그는 헤어지기 전 다시 꿈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책을 읽고 있는데 꿈을 자꾸 꾸면 이루어진다는 내용이 나와요. 제가 이렇게 자주 금메달 꿈을 꾸는 것도 제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이강석은?:
△생년월일=1985년 2월 28일 △출신교=의정부 중앙초-의정부중-의정부고-한국체대-한국체대 대학원 △체격=177cm, 77kg △취미=드라이브, 독서 △스피드스케이팅 입문=7세 △월드컵 랭킹=500m 1위(2009∼2010시즌) △경력=2005∼2010년 국가대표,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500m 동메달, 2006년 월드컵 통합랭킹 1위, 2009년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 100m, 500m 금메달 △수상=2008년 코카콜라 체육대상 우수상, 2009년 경기도체육상 스포츠 스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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