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그루브 룰은 기술샷 의존도 커 스핀량 많은 내겐 오히려 기회죠
1주일 2∼3회 강도높은 트레이닝 컨디션 최고조…올 국내투어 집중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는 김형태는 그 어느 해 보다 뜨거운 겨울을 나고 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해마다 1승씩을 기록했고, 3년 동안 상금랭킹 톱10을 유지해왔지만 지난해에는 우승도 없었고, 상금랭킹은 19위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평균타수나, 페어웨이 적중률, 평균퍼트수 등 부문별 기록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 상금랭킹이 떨어진 것은 KPGA 투어와 일본프로골프(JPGA)투어를 병행하며 국내 대회 출전 횟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형태는 지난해 KPGA투어와 JPGA투어를 각각 10개 대회씩 출전했다.
“일관된 플레이를 했고 썩 나쁘지 않은 해였다. 내가 투어에 데뷔할 당시에 비해 아마추어들이 빠르게 프로로 전향하고 있고,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지만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김형태는 말한다.
지난해 KPGA투어에서 9700여만원의 상금을 받았지만 일본투어에서는 2억원 가량의 상금을 획득했다. 대회 출전 횟수는 같았지만 일본투어의 상금 규모가 적게는 2~3배, 많게는 4~5배 정도 차이가 난 까닭이다. 양쪽 투어의 상금을 합해보면 KPGA투어 상금랭킹 톱3 이상의 성적을 거둔 셈이다.
김형태는 “이제 KPGA 투어에 출전할 때나 JPGA 투어에 출전할 때의 느낌이 거의 같다. 단지 컨디션에 따라 성적이 좌우될 뿐이다. 몇 년 전만해도 한국 선수들이 일본 선수들과 비교해 기량이 약간 뒤진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전체적으로 동등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2009시즌 KPGA투어에서 우승이 없고, 상금랭킹 톱10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김형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두 번의 우승 기회를 눈앞에서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특히‘가을 사나이’라는 명성을 이어갈 수 있었던 삼성베네스트오픈에서 준우승에 그친 것은 아쉬움이 크다.
“SBS 토마토 저축은행 오픈(3위)에서는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찬스가 많이 있었는데, 연장까지 끌고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보다 더 아쉬웠던 대회는 삼성베네스트 오픈이다. 우승을 한 이승호와 3, 4라운드에서 한 조로 플레이했는데 행운의 여신이 승호 쪽으로 갔다. 샷 감각도 좋았고 컨디션도 최상이어서 더욱 아쉬웠다.”
○ 컨디션 최상, 상금왕에 도전 김형태는 현재 국내에서 체력 훈련에 주력하고 있다.
1주일에 2~3회 전문 트레이너를 통해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 현재 약간의 유연성 부족 외에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상태다.
“시즌을 마치고 혼자서 분석을 해봤더니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에 더 좋은 성적이 났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는 컨디션도 좋고, 메인 스폰서도 바뀐 만큼 봄도 여름도 가을이라고 생각하고 플레이할 작정이다. 작년에 하지 못했던 우승을 올해 2승 이상으로 만회해 상금왕까지 노려보겠다.”
그루브 규정이 바뀐 것도 호재다.
김형태는 KPGA투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테크니션이다.
“더 높은 로프트의 웨지로 바꾸려는 선수들도 많지만 나는 52도와 58도 웨지를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다. 일단 새로운 웨지에 적응하기 위해 다음주 미국 LA로 출국해 라운드 위주의 훈련을 하고 돌아올 것이다. 스핀량이 생각보다 적다거나 탄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긴다면 59도 웨지도 고려해보겠지만 사실 지금까지 특별한 문제는 없다.”
김형태는 탄도가 높고, 스핀량도 다른 프로들 보다 많이 나오는 편이다. 그루브 규정이 바뀐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걱정을 하기 보다는 ‘그냥 좀 더 띄워 치면 된다’고 편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형태는 “찬스가 더 올 것이다. 예전에는 기술이 없어도 스핀이 먹었지만, 이제는 기술이 더 필요해졌기 때문에 우승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 국내 투어 집중, 어려운 코스서 우승할 것 김형태는 올 시즌 국내 더 집중할 계획이다.
일본투어는 시드 획득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만 출전하고, 국내 대회에서의 우승을 더 많이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아시아나, 핀크스, 가평베네스트, 솔모로, 몽베르 등 어렵다고 정평이 난 코스에서 우승 기회가 올 것이라고 자신한다. “드라이버를 멀리 때리고 쇼트게임으로 쉽게 마무리하는 골프장은 내 취향이 아니다. 다양한 컨트롤이 필요하고 보다 전략적이 경기 운영을 해야 하는 골프장에서 더 자신있다.”
볼 컨트롤이 뛰어나 드로우와 페이드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김형태는 코스가 좁고 어려울수록 더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테크니션 김형태가 과연 어떤 대회에서 전략적인 코스매니지먼트와 화려한 기술 샷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