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 출신 SK 안경현(40)은 성인이 된 후에도 “평지보단 경사진 데를 뛰는 게 더 편하다”고 말할 정도로 동네 산을 휘젓고 다녔다. 비탈진 산길이나 미끄러운 눈길도 그에게 문제되지 않았다. 그렇게 자연 속에서 다져진 체력과 운동신경은 초등학교 때부터 그 빛을 발했다.
중앙초등학교 2학년 때 그는 원주에서 이미 명성을 떨치고 있던 학교 스케이트부에 지원했다. 결과는 당연히 합격. 그리고 스케이트화를 신은 지 채 1년이 되기 전에 학교 대표로 시 대회에 나갈 정도로 빙판 위를 날아다녔다. 대회 1등은 늘 안경현 차지였다.
“같은 학년끼리 붙었던 경기이긴 한데 500m와 1500m 2종목에 나가서 1등을 했어요. 그냥 잘 했던 것 같은데요. 하하.”
안경현의 스케이트를 향한 사랑은 “만약 중학교에 스케이트부가 있었으면 내 인생이 180도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할 만큼 깊었다. 하지만 3학년 말 안경현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게 된다. 학교에 야구부가 신설된 것이다. 스케이트부였던 그가 야구를 접하게 된 계기도 독특하다. “야구부와 스케이트부가 ‘축구’경기를 했는데 공을 잘 차던 나를 유심히 본 당시 야구부 김철호 감독이 ‘배팅 한 번 해봐라’ ‘공을 잡아봐라’라고 해서 한두 번 하다보니까 어느 순간 야구를 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
그러나 스케이트부를 버릴 수 없었던 안경현은 중학교에 올라가기 전까지 여름에는 야구,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타며 이중생활을 했다. 이 뿐만 아니다. 학교내에서 운동 잘하기로는 유명세를 탄 터라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마다 그는 여기저기 불려 다녀야만 했다.
“주종목은 야구였고요, 축구도 했고 핸드볼도 했고 육상도 했어요. 경기만 있으면 절 부르는 거예요. 안 할 수도 없었죠. 5개는 꾸준히 한 것 같은데요?” 어릴 때부터 범상치 않은 끼를 보였던 ‘운동천재’ 안경현은 아스라한 추억이 새삼 반가운 듯 “그러고 보니 내가 그랬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