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여섯 살 아들을 둔 아버지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밥 호프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로부터 22년이 흘러 아버지는 20대 후반으로 장성한 아들이 자신이 우승했던 바로 그 대회에서 트로피를 안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부자(父子) 골퍼 제이 하스(57)와 빌 하스(28) 얘기다. 빌은 2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라킨타의 PGA웨스트골프장 파머코스(파72)에서 열린 밥 호프 클래식 최종 5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몰아쳤다. 합계 30언더파 330타로 맷 쿠차, 부바 웟슨(이상 미국), 팀 클라크(남아프리카공화국)를 1타 차로 따돌린 짜릿한 승리였다. 이로써 빌은 2006년 PGA투어 데뷔 후 141개 대회 만에 첫 승을 올리는 감격을 누렸다. PGA투어에서 부자 챔피언은 하스 가문이 8번째다.
90만 달러의 우승 상금을 받은 빌은 “22년의 세월이 흘러 아버지와 같은 대회 우승자로 남게 돼 정말 기쁘다. 아버지를 쫓아가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말했다. 아버지 제이는 전날 하와이에서 끝난 챔피언스투어 대회에 출전한 뒤 서둘러 이동해 아들을 응원한 끝에 기쁨의 포옹을 나눴다.
하스 집안은 골프 명문으로 유명하다. 아버지 제이는 PGA 투어에서 9승, 챔피언스 투어에서 14승을 올린 관록의 골퍼다. 빌의 삼촌 제리는 1994년 네이션와이드 투어에서 3승을 거뒀다. 제이의 외삼촌 밥 골비는 1968년 마스터스 우승자다.
빌 역시 아마추어 시절 유망주로 꼽혔으나 PGA 투어에서는 최근 4년간 상금 랭킹 99위→104위→104위→61위에 그쳤다. 빌은 지난주 시즌 처음으로 출전한 소니오픈에서 예선 탈락한 뒤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긴장을 풀고 오른발을 좀 열어두고 쳤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빌은 17번홀(파3)에서 8번 아이언으로 한 티샷을 홀컵 2.5m에 붙여 버디를 낚은 데 이어 18번홀(파5)에서는 206야드를 남기고 3번 아이언으로 투온에 성공한 뒤 다시 1타를 줄이며 우승 드라마를 마무리했다.
재미교포 나상욱은 합계 23언더파 337타로 공동 8위가 돼 시즌 처음으로 톱10에 들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31년 만에 월드컵스키 대물림우승 獨 노이로이터▼
회전 종목서 생애 첫 ‘환호’ 스타부모 오랜 압박감 벗어 부자 뜨거운 눈물의 포옹
시상식에서 금빛 우승 트로피를 받아 든 펠릭스 노이로이터(26·독일)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다 털어버린 듯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노이로이터는 25일 오스트리아 키츠뷔헬에서 열린 알파인스키 월드컵에서 첫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회전 종목에 나선 노이로이터는 2회의 레이스 합산에서 1분37초35를 기록해 지난 시즌 이 대회 우승자인 프랑스의 쥘리앵 리제루를 0.39초 차로 따돌렸다.
노이로이터의 부모는 유명한 스키 커플. 아버지 크리스티안(61)은 젊은 시절 월드컵 대회에서 6회 우승했고 어머니 로지 미터마이어(60)는 월드컵 10회 우승에 1976년 인스부르크 겨울올림픽에서 금 2개, 은메달 1개를 딴 화려한 경력을 지녔다.
독일이 자랑하는 스타 스키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노이로이터는 스키를 시작한 이후 부모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우승을 하지 못한 괴로움에 몇 차례 스키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 마음을 다잡고 시작한 올 시즌에 그는 두 차례 2위에 오르며 첫 우승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다음 달 개막하는 밴쿠버 겨울올림픽 출전 자격도 따냈다.
간절히 소망했던 첫 우승은 31년 전 아버지 크리스티안이 우승한 대회에서 이뤄졌다. “스타 운동선수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항상 압박감으로 작용했다”는 그는 “다른 대회가 아닌 바로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을 이룬 것은 나 자신도 믿기 힘들다.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아버지 크리스티안은 아들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 미터마이어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어떤 부모라도 자식이 큰일을 해냈을 때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 같은 순간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국내 스키계에 아직 부자(父子), 모자(母子) 선수는 없지만 형제, 남매 선수는 있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총감독인 허승욱(38)과 유소년 대표팀 코치 허승은(37)은 남매. 스키 대표팀을 이끌고 밴쿠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이기홍 감독(33)과 이기현 코치(32)는 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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