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외국인 공격수 데스티니(23)는 27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NH농협 2009~2010 V리그 여자부 경기를 앞두고 이틀간의 달콤한 휴가 얘기를 들었다. GS칼텍스가 이 경기를 끝으로 2주 간의 휴식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데스티니도 28일부터 이틀간 휴가를 갈 수 있다. 입단 이후 처음 받은 휴가다. 데스티니는 리그 일정을 소화하느라 그간 미뤄왔던 서울 구경을 아버지 리키(54)와 할 계획이다. 그동안 경기장에서 딸의 모습을 지켜보며 열심히 응원하던 아버지는 2월 4일 미국으로 돌아가기에 아빠와 딸은 당분간 서로 떨어져 지내야 한다.
그래서일까. 워낙 타이트한 스케줄 속에 다소 지쳐있던 데스티니는 이날 없는 힘까지도 발휘했다. 결과는 28득점(공격성공률 42.86%)의 활약을 펼친 데스티니를 앞세운 GS칼텍스의 3-0 완승. 여자부 최대 라이벌전으로 꼽힌 승부였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이로써 프로 출범 후 팀 최다인 6연승을 달린 GS칼텍스는 8승10패를 기록, 3위를 굳게 지켰고 5연패 늪에 빠진 흥국생명은 (6승)11패째를 안으며 목표하고 있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GS칼텍스 이성희 감독은 “데스티니의 합류 이후 모두에게 변화가 생겼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다”고 했다.
1세트 초반까지만 해도 GS칼텍스는 흥국생명의 빠른 템포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었지만 금세 되살아났다. 반전의 중심에는 데스티니가 있었다.
1세트 19-20으로 뒤질 때 데스티니의 연타가 성공해 역전, 분위기를 바꿨다. 2세트 초반 5-6으로 밀렸을 때도, 15-13으로 쫓길 때 데스티니는 2차례 완벽한 블로킹으로 상대 흐름을 끊었다. 3세트도 마찬가지. 흥국생명 추격이 이어지던 13-11 상황에서 데스티니는 카리나의 스파이크를 멋지게 가로막아 상대에 찬 물을 끼얹었다.
물론 데스티니가 공격만 한 것은 아니었다. 현장의 배구인들은 “데스티니가 공격만 하는 ‘반쪽짜리’였다면 그 효과가 계속 이어지긴 어렵겠지만 탁월한 수비력도 칭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데스티니는 무릎, 허벅지, 발을 가리지 않고 온 몸으로 볼을 처리했다.
이 감독은 “연승보다 8연패 했던 과거를 생각해야 한다. 지난 16일 현대건설과의 경기는 승리를 기대하기보단 데스티니가 상대 높이에 얼마나 통할 수 있을까를 체크했다. 고비였는데 가장 어려운 팀을 3-1로 꺾었던 게 현재까지 이어진 상승세의 원인이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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