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여 개 아이스링크를 모두 알아봤지만 헛일이었다. 전용 시설인 의성컬링장이 최적이었지만 경북컬링협회에서 대관에 난색을 표했다. 처음에는 장애인 대회라 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일정 때문에 안 된다고 말을 바꿨다. 대회는 코앞인데 경기할 곳이 없었다.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가 26일 개막했다. 사상 처음 밴쿠버 겨울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휠체어컬링은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열린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천 훈련원은 장애인 체육의 메카. 하지만 겨울 종목 시설은 아직 없다. 이번에 휠체어컬링이 열리는 곳은 국제 공인 수영장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개막 보름 전까지 휠체어컬링 경기장을 구하지 못했다. 담당자들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돈 줘도 못 빌려준다”는 데는 도리가 없었다. 고민 끝에 ‘발상의 전환’을 했다. 수영장을 얼음판으로 만드는 방법을 떠올렸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빌렸다면 2000만 원 정도 들지만 만드는 데는 최소 1억2000만 원 정도가 필요했다.
전지훈련 비용 등 이런저런 예산을 끌어 모아 마련한 돈이 약 5000만 원. 다행히 아이스링크 설치 전문 기업인 월드레저에서 남은 금액을 후원해 주기로 하면서 해결이 됐다. 수영장 바닥이 수평이 아니라 기초 공사에 품이 더 들었지만 아이스 메이커(빙상장 설계 및 관리 전문인력)들이 열흘 넘게 밤샘 작업을 한 끝에 수영장을 근사한 얼음판으로 탈바꿈시켰다.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서럽기도 했지만 만들고 보니 대표팀 훈련 장소로도 최적이다. 3월 수영장으로 복원하기 전까지 일반 컬링 팀에도 대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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