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동갑내기 오리온스 김병철과 모비스 우지원. 이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유망주로 주목받으며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피터팬’으로 불린 김병철과 ‘황태자’로 통하던 우지원은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다. 김병철을 앞세운 고려대와 우지원이 뛰던 연세대는 1990년대 농구대잔치 열기를 주도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이들이 대학을 졸업한 1996년 동양과 대우증권이 새롭게 농구단을 창단했다. 깔끔한 외모에 화려한 외곽슛이 돋보이던 이들은 1997년 프로 출범 후에도 흥행카드로 늘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은 별명을 지닌 이들도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올 시즌 부쩍 줄어든 출전시간에 벤치를 지킬 때가 잦아졌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20분을 소화하며 7점을 넣던 김병철은 올 시즌 11분 14초를 출전하며 3.6점에 그치고 있다. 우지원 역시 평균 출전시간은 6분 남짓에 1.2점에 불과하다.
어디가 아프거나 부상이 있기 때문은 아니다. 오리온스는 새로 부임한 김남기 감독이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김병철에게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모비스는 장신 선수가 없는 약점을 스피드와 강한 수비로 극복하려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기에 우지원은 체력이 뛰어난 후배들에게 밀려 설 자리를 잃었다.
그나마 모비스는 선두를 달리는 반면 오리온스는 최하위에 처졌다. 김병철의 속은 더욱 타들어간다. 우지원은 며칠 전 경기장에서 김병철에게 “이래저래 힘들 텐데 기운 내라”며 위로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팀 내 최고참인 김병철과 우지원은 달라진 자신의 처지에 인상만 쓰고 있을 수는 없다.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출전시간이 적어 사기가 떨어진 후배들을 다독거리는 데 애를 쓰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이들은 자유계약선수로 풀린다. 둘 다 “아직은 더 뛸 만하다. 코트에 더 남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한때 치열한 라이벌 관계에서 동반자의 처지가 된 김병철과 우지원. 세월의 무게 속에서 이들은 어떤 길을 걷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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