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비 적어 숙식 해결 빠듯 주머니 털어 썰매 사기도 10년 뒤엔 많은 후배들이 제대로 된 환경서 탔으면…
“매번 혼자 다니다 보니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었어요.”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는 이용은 경기 사진이 없다. 26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로 전지훈련을 떠난 이용이 28일 처음으로 포즈를 취하며 사진 촬영을 했다. 사진 제공 이용
이용의 출전권 획득 과정은 국내 겨울종목의 열악한 실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출전권을 따기 위해 올 시즌 5개 대회에 출전했는데 코치도 없이 늘 혼자였다. 다른 나라는 4, 5명의 코치에 선수단을 구성해 출전한다.
그는 “코치가 없다 보니 내가 어디서 무엇을 잘못하고 잘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 레이스가 끝나면 재빨리 대회 관계자나 다른 나라 코치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운이 좋을 때는 조언을 들었지만 대부분 매몰차게 거절하기 일쑤였다.
비용도 문제였다. 전지훈련과 대회 참가 때 대한체육회에서 하루 110달러의 지원이 나오지만 숙식 해결에도 빠듯했다. 트랙을 한 번 돌 때 드는 30달러 정도의 훈련비가 모자라 몇 번 돌다 포기할 때도 많았다. 그는 "2007년부터 실업팀에 소속되어 월급과 훈련비를 받고 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항상 가족들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용은 1996년 처음 루지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대표선발전에서 봅슬레이 강광배(37·강원도청)가 2위, 그가 3위를 차지해 나가노 올림픽에 출전했다. 올림픽 뒤 특전사에서 5년간 직업군인으로 복무한 그는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을 시청하다 충격을 받았다. 자신과 함께 루지를 탔던 강광배가 스켈리턴 대표로 나선 것. 그는 “나와 함께 루지를 탔던 강광배 선생님이 포기하지 않고 썰매를 타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바로 제대하고 무작정 강 선생님을 찾아가 썰매를 탔다. 부모님의 반대가 정말 심했다”고 말했다.
2007년 강원도청에 입단할 때까지 그는 5년간 젊음과 꿈만 믿고 썰매를 탔다. 변변한 수입이 없어 끼니를 때우기 힘들 때도 있었다. 긴 시간이었지만 결국 그는 올림픽 출전권을 땄다. 지난해에는 10년간 컬링 대표를 지낸 김미연(32·유학)과 결혼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그는 성적에 대한 목표는 없다. 다만 소박한 꿈이 있다.
“올림픽 출전을 계기로 루지를 국내에 알리고 싶어요. 저는 척박한 환경 탓에 세계 정상권과 멀지만 10년 뒤에는 많은 후배들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탔으면 좋겠어요. 10년 또는 20년 뒤 후배들이 메달을 딸 수 있도록 돕는 위치에 서고 싶어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