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각자 선호하는 구장이 있게 마련이다. 복귀를 선언한 김병현(31)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택한 이유 중 하나도 홈구장 AT&T파크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이다. 김병현은 지인들에게 “AT&T파크 마운드에 서면 마운드와 홈 플레이트 사이가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하곤 했다.
실제로 김병현이 메이저리그에서 30이닝 이상을 투구했던 6개 구장 가운데 AT&T파크에서의 방어율이 가장 낮다. 통산 방어율이 4.38인 김병현은 AT&T파크에서 2.24(38.2이닝)를 기록했다. 15경기에 출전해 2승1패2세이브. 삼진도 29개나 잡았다.
보통 AT&T파크는 우측펜스까지의 거리가 94m로 짧아 배리 본즈 등 좌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상은, 펜스 높이가 7.62m인데다 바람이 심해 우측담장을 넘는 홈런이 나오는 비중은 메이저리그 구장 중 평균 이하다. 좌타자에게 약점을 보여 온 김병현에게는 손해 볼 것이 없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이던 2003년 5월 8일 선발 등판해 보스턴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AT&T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전이었다. 당시 김병현 영입을 검토하던 보스턴은 7이닝 5안타 1실점 역투에 감명을 받아 트레이드 방침을 확정했다. 3주 뒤 김병현은 보스턴에 새 둥지를 틀었다.
김병현이 샌프란시스코를 택한 데는 에이전트 폴 코브의 역할도 컸다. 프레디 산체스(33·샌프란시스코)와 돈트렐 윌리스(28·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등의 고객을 보유한 코브는 사무실을 샌프란시스코에 두고 있다. 이미 산체스와 샌프란시스코의 재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샌프란시스코 구단과는 돈독한 관계.
서울 연희동에 살며 외국인고등학교를 졸업한 ‘지한파’ 코브는 2009년 12월 초 김병현과 정식 에이전트 계약을 맺기 전부터 샌프란시스코와 김병현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샌프란시스코측은 김병현이 스프링캠프 시설을 조용히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적극적 호의를 표시했다. 다만 2009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김병현은 이 시설을 이용하기보다는 LA에 있는 USC와 UCLA 등에서 몸만들기에 열중해 왔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12월 말 김병현에게 정식으로 오퍼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