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널의 라이벌전이 펼쳐진 1일 영국 런던 에미리트 스타디움. 방문팀 맨유는 시즌 첫 골을 터뜨린 박지성을 앞세워 아스널을 3-1로 제압했다. 디펜딩 챔피언 맨유는 앞선 상황에서도 끝까지 공세를 늦추지 않았고 아스널은 특유의 스피드와 정확한 패스를 바탕으로 졌지만 아름다운 축구를 했다. 경기는 90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만큼 빠르게 전개됐고, 스타디움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팬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만큼 재미있는 축구를 선사한 선수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박지성, 이청용(볼턴), 박주영(AS 모나코)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늘면서 국내 팬들이 해외 축구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국내 K리그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유럽 리그는 보는 맛이 있지만 K리그는 그렇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 리그와 K리그의 득점을 분석한 결과에서 해답이 보인다.
○ K리그 골 에어리어내 슈팅 많아
축구의 꽃은 골이다. 골은 얼마나 많이 터지는가보다 어떻게 터지느냐가 핵심이다. 골의 질에 따라 경기력을 평가받는 게 축구다.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팀은 세계 정상급 3대 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와 K리그의 득점을 분석했다. 대상은 2008년 세계 3대 리그 10경기씩과 K리그 30경기. 총 60경기에 대해 득점 시간, 슈팅 지역, 득점 유형, 슈팅 부위, 득점 과정에서 공 접촉 횟수 등 5가지로 나눠 비교했다.
90분을 15분씩 나눠 파악한 득점 시간대별 비교에선 각각 전후반의 종반부에 차이가 드러났다. 3대 리그에선 가장 많은 22.7%의 득점이 후반 31∼45분대에 나온 반면 K리그에선 전반 31∼45분대 득점이 20.5%로 가장 많았다. 후반 득점 비율은 3대 리그가 60.9%, K리그가 48.6%. 신 교수는 “3대 리그에선 마지막까지 집중력 있게 경기를 펼쳐 후반 득점이 많다. 하지만 K리그는 경기 초반 골을 넣은 뒤 문을 잠그는 수비 중심 플레이를 한다”고 설명했다.
슈팅 지역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일단 3대 리그와 K리그 모두 득점으로 연결된 슈팅의 80% 이상이 페널티 지역 안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3대 리그는 골문에서 가장 인접한 골 에어리어 안에서 슈팅이 15.4%에 불과한 반면 K리그는 29.5%에 이르렀다. 신 교수는 “팬들에게 더 많은 재미를 주려면 K리그 선수들도 더 먼 거리에서 득점이 가능하게 슈팅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 측면 연결 많은 3대 리그
득점 유형에서 3대 리그는 측면 연결로 득점한 비율(32.2%)이 가장 높은 게 특징. 이에 비해 K리그는 종 패스에 의한 득점(24.5%)이 측면 연결(24.3%)보다 높았다. 코너킥, 직접 프리킥 등 정지 상황에서의 득점도 K리그(15.5%)가 3대 리그(9.5%)보다 높았다. 반면 2 대 1 패스, 삼각 패스에 의한 득점(10.2%)이나 중장거리 슛에 의한 득점(1.2%)은 3대 리그(각각 14.3%, 4.8%)를 따라가지 못했다.
신 교수는 “K리그 선수들이 현대 축구의 흐름을 제대로 좇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중원에서 압박이 심해지면서 볼 터치를 줄이고 패스를 빠르게 전개하는 게 현대 축구의 흐름이라면 측면 공격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득점 발생 직전 볼과의 접촉 횟수는 눈에 띄는 차이가 없었다. K리그는 직접 슈팅 비율이 70.4%로 3대 리그(65.5%)를 약간 앞섰다. 3대 리그는 1회 접촉 후 슈팅에서 20.3%로 K리그(15.4%)보다 약간 높았다. 슈팅 부위에서도 큰 차이는 없었다. 오른발-왼발-헤딩으로 나눴을 때 3대 리그는 55.8%-32.2%-12%였고, K리그는 51.2%-30.8%-1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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