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같이 못가서… 부탁해, 한국 첫메달… 걱정마, 다음에는 꼭…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올림픽출전 좌절 스키점프 강칠구
‘국가대표’ 형들에게 띄우는 편지

스키점프 대표팀은 막내 강칠구(가운데 빈자리·오른쪽 아래 사진)가 밴쿠버 겨울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실패하는 바람에 단체전에 나가지 못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생활해온 김흥수 코치와 김현기 최용직 최흥철(왼쪽부터)은 한마음으로 강칠구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강칠구는 개인전에서 뛸 세 형들의 경기를 직접 경기장에서 지켜볼 예정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스키점프 대표팀은 막내 강칠구(가운데 빈자리·오른쪽 아래 사진)가 밴쿠버 겨울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실패하는 바람에 단체전에 나가지 못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생활해온 김흥수 코치와 김현기 최용직 최흥철(왼쪽부터)은 한마음으로 강칠구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강칠구는 개인전에서 뛸 세 형들의 경기를 직접 경기장에서 지켜볼 예정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은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개인전과 단체전에 출전했다. 하지만 13일 개막하는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선 단체전에 나가지 못한다. 대표팀 막내 강칠구(하이원)가 출전권 획득에 실패하면서 단체전(4명) 정원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흥철, 최용직, 김현기(이상 하이원) 등 3명만 개인전에 나간다. 지난달 28일부터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선배들의 훈련을 돕고 있는 강칠구가 미안한 마음을 국제전화를 통해 알려왔다.》
형들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땅이 꺼지는 느낌이었어. 김흥수 코치님은 어느 정도 예상을 하셨던 것 같아. 올해 마지막 대회에서 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사실 최근 2∼3년간 내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던 것 같아. 아마 더 열심히 하라는 하늘의 계시라고 생각해.

내가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형들은 많이 아쉬워했잖아. 그리고 자기 일처럼 나를 위로해줘 고마워. 마치 형들이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된 것처럼 말이야. 지금도 같은 숙소에서 함께 훈련하고 있으면서 코치님이나 형들이 나를 더 챙겨주려고 하고 있잖아. 형들이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

같이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하게 돼 형들에게 미안해. 함께 단체전에 나가고 싶었는데…. 형들은 나보다 훨씬 열심히 땀 흘렸기에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해. 난 형들을 믿어.


나는 경기장에서 우리 대표팀에 관심을 많이 쏟아주시는 분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볼 거야. 많은 분의 관심 때문에 부담도 많겠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줘. 그래야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어. 이번 올림픽에서 잘하는 것이 나를 위하고, 팀을 위하고, 그리고 미래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나는 제발 잘해주었으면 하는 기도밖에 못할 것 같아. 내 기도가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 정말 잘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비록 관중석에 있지만 형들과 함께할 거야.

한 가지 형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 우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만 해. 형들은 이제 올림픽만 네 번째잖아. 경험은 풍부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를 거야. 우리가 언제 지금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있었겠어. 부담감만 떨쳐낼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어.

이번에 같이 뛰지는 못하지만 올림픽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해. 내년에 아시아경기도 있잖아. 결코 여기서 좌절하지 않을 거야. 여기까지 오면서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그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하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형들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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