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직원들은 요즘 홈페이지 보기가 무섭다. 기업 이미지(CI) 교체에 따라 새 유니폼을 선보였는데 팬들의 반발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예전 한화 유니폼과 비슷하다는 지적부터 색감이 촌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올해 초 유니폼을 바꾼 두산도 비슷하다. 고교야구나 사회인 야구팀 같다며 혹평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유니폼을 바꾸는 것은 새로운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데 KIA는 다소 의외다. KIA는 지난해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징크스를 많이 따지는 스포츠 구단인 만큼 예전 유니폼을 고수할 만도 하다. 하지만 KIA는 미련 없이 교체를 택했다.
KIA는 2001년 창단 당시 모기업인 기아자동차의 밀레니엄 로고(동그라미 안에 ‘K’자가 새겨져 있는 로고)를 변형한 디자인을 유니폼과 모자 등에 적용해 왔다. 그런데 기아자동차는 몇 년 전부터 밀레니엄 로고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에 지난해 4월부터 유니폼 변경 작업에 착수했다. 마침 몇 년째 팀 성적이 좋지 않았던 배경도 있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덜컥 우승을 한 것이다. KIA 관계자는 “기존 유니폼을 입자는 일부 의견이 있었지만 모기업의 CI에 맞추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일부 팬들의 불만은 알고 있지만 캐릭터나 심벌 등이 예쁘게 나와 마케팅 측면에서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올 초 강한 서체와 강렬한 색을 쓴 새 유니폼을 선보였다. 이 작업에는 지난해 반전(反戰) 포스터로 뉴욕 광고제를 비롯한 5대 국제광고제에서 10여 개의 상을 휩쓴 ‘빅앤트 인터내셔널’의 박서원 대표(31)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박 대표는 박용만 ㈜두산 회장의 장남이다.
두산은 지난해 중반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열망을 담아 CI 및 유니폼 교체를 추진해왔다. 거의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서도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져 심기일전하자는 뜻을 담았다. 특히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자 CI 교체 작업은 급물살을 탔다. 박 대표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경기장을 찾아 두산의 강한 이미지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두산 관계자는 “1999년 OB에서 두산으로 바뀔 때에도 많은 팬들이 반발했다. 하지만 눈에 익숙해지고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자 애정으로 바뀌어 갔다”며 “올해는 우승으로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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