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한 경기만을 놓고 따졌을 때 북미풋볼리그(NFL)의
슈퍼볼을 능가할 종목은 없다. 전 세계 시청인구를 고려하면 월드컵 축구 결승전이 최고지만 경기 전 미디어의 보도, 하프타임쇼,
베팅, 광고, TV 카메라 워크의 기술 발전, 게임의 전개 등을 종합했을 때 슈퍼볼이 으뜸이다.
해마다 벌어지는 슈퍼볼은
항상 화제를 뿌리는 최고의 이벤트다. 올해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로 도시가 초토화됐던 뉴올리언스 세인츠의 사상 첫 슈퍼볼
진출로 더 관심을 끌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은 올 슈퍼볼에 공식적으로 9000만달러 이상의 베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온라인 등의 불법 베팅은 제외된 액수다. 8일(한국시간)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슈퍼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미 국토안보부와 해안경비대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F-16 전투기와 2000명의 사설 경호원, 1000명의 경찰과
군인이 투입돼 철통같은 안전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인디애나폴리스 콜츠-뉴올리언스 세인츠의 제44회 슈퍼볼의 화제를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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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만점의 CF 미국에서 단일 광고비로는 슈퍼볼이 가장 비싸다. 월드컵 결승전의 광고료도 슈퍼볼 앞에서는 훨씬 뒤진다.
지난 시즌 30초당 광고료가 300만달러였는데 올해는 경제한파로 280만달러로 줄었다. 광고 효과를 따졌을 때도 슈퍼볼이 최고다.
슈퍼볼에 등장하는 광고는 재미있게 제작될 뿐더러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지 않기 때문에 효과만점이다. 역대 미국에서 제작된 광고
가운데 톱10은 모두 슈퍼볼 CF다.
올해 한국 기업으로는 현대와 기아 자동차가 나란히 등장한다. 현대는 30초 광고를
2개 내보낸다. 쏘나타 광고(1쿼터 방영)와 NFL 최고령 쿼터백 브렛 파브(40)가 등장하는 품질보장 광고(2쿼터)다. 슈퍼볼에
데뷔하는 기아 자동차는 쏘렌토 광고를 낸다. 3쿼터에 방영되는데 60초짜리다. 국내에서 슈퍼볼 광고를 시청하려면 경기 후
유튜브를 통하면 된다.
그동안 슈퍼볼 광고는 팬들의 흥미를 끄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올해 정치성 광고가 방영될 예정이어서
뒷말이 많다. 풋볼 명문 플로리다대학의 쿼터백 팀 티보우와 선교사로 활동하는 그의 어머니가 출연하는 광고는 반유산 메시지 전달로
유산 지지파의 반발이 거세다.
●페이턴 매닝 아버지의 고민 올 슈퍼볼에서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은 이가
인디애나폴리스 콜츠 쿼터백 페이턴 매닝의 아버지 아치 매닝(60)이다. 매닝 패밀리는 ‘뉴올리언스의 케네디가’로 통한다. 정치적
명문가는 아니지만 풋볼 쿼터백 명문가다. 아치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세인츠의 명 쿼터백으로 은퇴 후 지금까지도 이 지역의
아이콘이다. 아치는 미시시피대학 출신으로 1971년 드래프트 전체 2번으로 세인츠에 지명됐다. 그러나 팀이 워낙 약해 단 한번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뉴올리언스에서 11년 동안 활동하면서 그의 세 아들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큰 아들 쿠퍼는 부상으로
프로 선수가 되지 못했지만 둘째 페이턴과 셋째 일라이는 테네시대학과 미시시피대학을 졸업한 뒤 NFL 드래프트 1번으로 지명된
쿼터백 가문이다.
2005년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당시 뉴올리언스는 도시의 80%가 태풍 피해를 입었다. 미시시피로
피난했다가 뉴올리언스로 돌아온 매닝 패밀리는 부자가 함께 피해주민을 돕는 봉사활동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으로 실천했다.
구호활동비는 매닝 패밀리가 부담했다. 아치는 세인츠와 대학풋볼 슈거볼의 홈 슈퍼돔 재건에도 앞장서며 어깨가 처진 뉴올리언스
시민에게 용기를 북돋운 주인공이다. 그러나 슈퍼볼을 앞두고 아치는 아들 페이턴이 이끄는 콜츠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아치는 아들의 팀
콜츠가 이기는 것을 바라지만 설령 세인츠가 이기더라도 아쉬움은 없을 것이라는 게 뉴올리언스 주민들의 반응이다. 그는 뉴올리언스의
상징이니까.
●전력은 콜츠, 마음으로는 세인츠 전체적 전력에서는 쿼터백 페이턴 매닝이 지휘하는 콜츠가 우세하다.
도박사들도 4년 사이 2차례 슈퍼볼에 진출한 콜츠의 5.5포인트 정도 우세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은 세인츠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 카트리나의 피해를 입었던 데다 1967년 이래 처음으로 슈퍼볼에 진출한 뉴올리언스의 특수한 사정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런 점 때문에 올 슈퍼볼에는 약세의 뉴올리언스가 승리하기를 기원했다.
세인츠의 쿼터백 드루 블리스는 정규시즌
기록에서는 오히려 매닝을 앞선다. 매닝은 NFL 사상 정규시즌에서 유일하게 MVP를 4차례 수상한 슈퍼스타다. 블리스는
4388야드 패스에 터치다운 34개, 인터셉트 11개로 쿼터백지수 109.6포인트를 기록했고 매닝은 4500야드 패스에 터치다운
33개, 인터셉트 16개, 쿼터백지수 99.9포인트를 마크했다. 블리스는 쿼터백치고는 신장(183cm)이 작은 편. 매닝은
195cm의 장신이다. 쿼터백은 신장이 커야 유리하다.
●왜 콜츠이고, 세인츠일까 미국 스포츠 프랜차이즈 팀의
닉네임은 도시의 성향과 맞물려 있다. 뉴올리언스는 재즈의 도시다. 재즈라는 닉네임은 현재 NBA 유타가 사용하고 있다.
뉴올리언스에서 프랜차이즈를 옮긴 탓이다. 루이지애나주에 속한 뉴올리언스는 1800년대 프랑스 식민지였다. 프랑스의 영향으로 성자
세인츠(Saints)가 됐다. 콜츠는 원래 프랜차이즈가 볼티모어에 있었는데 1984년 야밤에 인디애나폴리스로 도주했다. 볼티모어는
경마 트리플 크라운 대회 가운데 하나인 프리크네스 스테이크가 벌어지는 곳이다. 그래서 닉네임이 망아지라는 콜츠(Colts)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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