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허정무 감독은 미래를 위한 젊은 피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실제로
1월 남아공과 스페인을 거치며 실시한 전지훈련에서도 허 감독은 “경험을 쌓게 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어린 유망주 1~2명을 월드컵 본선 엔트리에 발탁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령탑의 약속은
동아시아선수권에서도 계속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아니, 그 애정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홍콩과의 첫 경기가 열린
7일 도쿄국립경기장. 5-0 대승으로 끝난 경기 결과를 떠나 여러 젊은 피들에게 기회를 부여한 허 감독의 적극적인 실험 정신이
돋보였다. 특히, 지난 해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 진출에 튼실한 밑거름을 놓았던 재목들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공격수 이승렬(서울)과 미드필더 구자철(제주), 김보경(오이타) 등 청소년대표 출신 ‘3총사’는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할 최종엔트리 중 국내파 선발의 최종 시험무대가 될 무대에서 녹록치 않은 기량을 과시해 허 심(心)을
사로잡았다.
순간 스피드와 킥이 좋은 이승렬은 당초 예상을 깨고 이근호(이와타) 대신 선발로 나서 선배 이동국과
최전방을 책임졌고, 김보경은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서 측면 돌파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주장 김정우와 대표팀 허리진을 담당한
구자철도 날카로운 중거리포를 장착한 과감한 공격 가담으로 좋은 인상을 남겼다.
이들은 득점까지 올리며 허 감독을
기쁘게 했다. 구자철은 전반 24분 홍콩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A매치 2호 골을 작렬했고, 이승렬은 전반 37분 A매치
3경기 출전 만에 성인 무대 데뷔 골을 넣었다. 무엇보다 구자철의 득점이 김보경의 프리킥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또 오장은의
패스에서 나온 이승렬의 골 장면 시발점이 구자철과 김보경의 패스 연결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의미를 더했다.
이밖에 또 다른 ‘영건’ 박주호(이와타)도 포백 수비진의 왼쪽 풀백으로 나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제 몫을 해내며 기분 좋은 대승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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