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잘 싸운 거인 임수혁, 이젠 편히 쉬기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8일 03시 00분


롯데 임수혁선수 끝내 하늘로
식물인간 연명치료 다시 논란

10년째 식물인간 상태로 투병생활을 하다 결국 숨을 거둔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 임수혁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동구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장례식장에서 7일 오후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활짝 웃는 영정사진은 임 씨가 쓰러지기 전 마지막 시즌인 2000년 경기 도중 모습이다. 원대연 기자
10년째 식물인간 상태로 투병생활을 하다 결국 숨을 거둔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 임수혁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동구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장례식장에서 7일 오후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활짝 웃는 영정사진은 임 씨가 쓰러지기 전 마지막 시즌인 2000년 경기 도중 모습이다. 원대연 기자
2000년 경기 도중에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고 10년째 투병해 온 프로야구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 임수혁 씨(41)가 7일 오전 8시 사망했다. 그동안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임 씨는 5일 감기 증세로 서울 강동구 길동 강동성심병원으로 옮겨진 데 이어 이날 오전 급성 심장마비와 허혈성 뇌손상 합병증이 겹쳐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 강동구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발인은 9일 오전 8시 반이다.

임 씨는 2000년 그라운드에서 쓰러지기 전까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7시즌 동안 포수로 활약했다. 전성기인 2000년 4월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 중 갑자기 의식불명으로 쓰러진 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뇌에 산소가 통하지 않아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사고 직후 병상에 누워 있던 임 씨를 10년 가까이 보살펴 왔다. 산삼을 구해 먹이는 등 모든 치료방법을 다 동원해왔다. 임 씨에 대한 후원의 손길도 계속됐다. 하지만 한 달에 300만 원이 넘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임 씨의 아내 김영주 씨(40)는 억척스럽게 혼자 생계를 꾸려갔다. 김 씨는 간병과 함께 스포츠 용품점을 하기도 하고 낮에는 미술학원에서 일하고 밤에는 여성복을 팔기도 했다. 김 씨는 이날 눈시울을 붉히며 “아이들에게 아빠의 모습을 이야기해 주면서 살아왔다”며 “이제 남편이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할 당시 임수혁 선수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할 당시 임수혁 선수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임 씨의 어머니 강경애 씨(71)는 이날 아들의 사망소식을 듣고 혼절했다. 강 씨는 매일같이 아들을 휠체어에 태워 산책을 시키고 음악도 들려줬다. 욕창이 생길까 봐 하루에 3, 4번 씩 80kg이 넘는 거구의 아들을 뒤집었다. 강 씨의 휴대전화 배경화면에는 임 씨의 영정사진이 깔려 있었다. 빈소에는 아들 세현 군(16)과 딸 여진 양(14)이 어머니와 함께 빈소를 지켰다. 아버지 임윤빈 씨(73)는 “아들이 쓰러질 때 손자가 여섯 살이었는데 이제 어느덧 커서 상주 노릇을 하고 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임 씨의 지인들과 팬들도 애도를 표했다. 이날 고려대 1년 후배인 전 LG 트윈스 선수 이상훈 씨(39)는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수백 개씩 달렸다. 한편 임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식물인간’ 연명 치료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등은 연명 치료 중지(존엄사) 지침에 6개월 이상 지속된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도 가족 결정에 따라 인공호흡기 등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기획영상 = 임수혁 선수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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