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한일전이다.”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경기가 끝난 뒤 골키퍼 이운재(수원)는 이렇게 말했다.
2008년 2월 23일 중국 충칭에서 열린 지난 대회(1-1 무승부) 이후 1년 11개월여 만에 이뤄진 한일전은 격렬했다. 90분간 나온 파울만 41개(한국 25개, 일본 16개). 한국이 4개, 일본이 1개의 경고를 받았고 1명씩 퇴장당했다.
공이 없는 곳에서 몸싸움이 더욱 치열했던 이날 ‘전투’에서 승자는 한국이었다. 도쿄국립경기장을 빈 곳 없이 메운 4만여 일본 응원단 앞에서, 그것도 전반 23분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준 뒤 이동국(전북) 이승렬(서울) 김재성(포항)이 연속 골을 터뜨리며 3-1로 뒤집은 통쾌한 승리였다. 일본전 승리는 2003년 5월 31일(1-0 승) 이후 거의 7년 만. 그동안 4번 만나 3무 1패였다.
중국과의 2차전에서 0-3으로 완패하며 코너에 몰렸던 허정무 감독은 이날 승리로 한숨을 돌렸다. 반면 일본의 오카다 다케시 감독은 경기 후 기자들로부터 “결과는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 했는데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이냐”는 곤혹스러운 질문 공세를 받았다.
이날 홍콩을 2-0으로 이긴 중국은 2승 1무로 우승. 지난 대회 우승팀 한국(2승 1패)은 2위를 했고 일본(1승 1무 1패)과 홍콩(3패)이 뒤를 이었다.
이번 대회에선 한국의 두 ‘젊은 피’가 주목을 받았다. 홍콩과 치른 1차전과 일본과의 3차전에 나란히 선발 출전해 2골을 넣은 이승렬과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김보경(오이타). 둘은 1989년생 동기로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을 이끈 주역. 허 감독은 “대담한 플레이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182cm의 키에 왕성한 움직임이 돋보이는 이승렬은 2007년 FC 서울에 입단해 2008년 5골, 1어시스트로 신인왕에 올랐다. 일본전에서 2-1을 만든 역전 중거리 슛은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에 남을 멋진 장면이었다.
왼발을 잘 쓰고 과감한 돌파가 인상적인 김보경은 왼발의 달인 염기훈(울산)의 부상으로 이번 대회 2경기에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자신의 능력을 120% 발휘했다. 일본전 전반 동점골이 된 이동국의 페널티킥을 상대 페널티 지역 안쪽까지 돌파하다 얻어냈고 후반 김재성의 쐐기 골을 어시스트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염기훈으로 대표되는 측면 공격수 자리를 두고 다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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