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섬싱스페셜] 0.001초차에 순위 4계단씩 곤두박질… 500m 잔인한 레이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2월 18일 07시 00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500m를 “잔인한 경기”라고 부른다.

1월, 태릉에서 만난 이규혁(32·서울시청)은 2009년 11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1차 대회 남자500m를 예로 들었다. 당시 이규혁과 이강석(25·의정부시청)은 35초10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사진판독 결과 0.005초차로 이규혁이 동메달. 이강석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규혁은 “0.001초 차이로 메달이 갈리는 경우도 봤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1992알베르빌올림픽에서 김윤만(37)이 100분의 1초차로 1000m금메달을 놓쳤지만 어찌 보면 그것이 스피드스케이팅의 매력이요, 본질이다. 문제는 3∼4계단 순위가 바뀔 수도 있는 0.1초 이내의 기록 차를 막상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레이스 이후에는 그냥 하늘의 뜻을 기다릴 뿐. 이강석은 “그래서 패배하면 허무함이 더 크다”고 했다.

찰나의 승부. 미세한 신체적·심리적 변화도 경기력에 직결된다. 이상화(21·한체대)는 17일 레이스에서 부정출발을 한 뒤 “함께 뛴 예니 볼프(31·독일)에게 미안했다”고 털어놓았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1차에서 어느 선수가 부정출발을 했느냐와 상관없이 2차에서 부정출발한 선수가 실격이다. 압박감 때문에 재차 출발을 하면 양 선수 모두 손해를 보게 마련.

심지어 상대 선수를 견제하기 위해 일부러 부정출발을 하거나 출발선상에서 움찔움찔하며 상대 리듬을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결국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이규혁이 2006토리노동계올림픽 남자 1000m에서 그랬듯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과도한 액션으로 다음조 선수들을 압박하기도 한다.

이규혁은 출국 전 “세계10위권 선수라면 올림픽에서 어느 선수가 우승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모태범(21·한국체육대학교)은 500m에서 실패한 이규혁이 18일 남자 1000m 시상대에 선다고 해도 그것은 놀랄 일이 결코 아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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